추석 극장가는 올해도 대작 역사극이 주류를 이룬다. <밀정>(상단)과 <고산자, 대동여지도>(하단 왼쪽)가 맞붙었다. <이중섭의 아내>처럼 작고 따뜻한 영화들도 관객의 발걸음을 기다린다. 각 제작사 제공
<식코> 감독, 이번엔 사회보장제 어르신들을 모시고 갈 만한 ‘외화’도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 명단 상단에 늘 이름을 올리는 <벤허> 리메이크작이 개봉(9월14일)을 기다린다. 지금도 전설로 통하는 역동적인 전차 경주 신을 기억하는 이가 많다. 10년의 제작 기간 동안 출연진 10만 명이 동원됐고, ‘할리우드의 별’ 찰턴 헤스턴이 그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11개 부문을 휩쓸었다. 리메이크판에는 잭 휴스턴(벤허), 모건 프리먼(벤허의 멘토 일데르임) 등 ‘요즘 잘나가는 배우’들이 원작의 이름값에 도전한다. 시사회를 본 관객 가운데 “아쉽지만, 원작의 경이로움을 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들이 나온다. 이번 추석 연휴는 최대 9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 ‘흔한 상업영화’ 대신 모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다양성 영화를 즐겨볼 만하다. <다음 침공은 어디?>(9월8일 개봉)는 끊임없이 문제작을 생산해온 마이클 무어 감독의 새 영화다. 그는 미국 의료보험의 충격적 진실을 다룬 <식코>(2007), 미국 9·11 참사가 벌어진 배경을 다룬 <화씨 9/11>(2004) 등을 제작했던 인물이다. 이번에는 다른 나라의 장점을 빼앗고 싶어, 유럽 사회보장제도를 ‘침공’한다. 연간 8주 유급휴가와 13번 월급을 받는 이탈리아, 미슐랭 별 3개급 학교급식이 나오는 프랑스, 무상 대학교육의 슬로베니아 같은 내용을 다룬다. 일본 감독 사카이 아츠코가 화가 이중섭을 소재로 만든 다큐멘터리 <이중섭의 아내>도 있다. 1941년, 학교 복도에서 붓을 씻다가 선배인 이중섭을 만나 사랑에 빠진 야마모토 마사코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중섭의 아내 야마모토가 직접 출연한다. 이중섭이 글에서 ‘당신 곁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소/ 내 기쁨이여/ 늘 그대가 그립소…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열렬히 사랑하오’라고 표현했던 사람이다. 야마모토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섭을 만날 목적 하나로 한국으로 건너와 지금의 북한 땅에서 결혼하고 이내 이별, 이중섭의 죽음을 감내하는 절절한 슬픔이 그려진다. 이창준 감독의 다큐 <왕초와 용가리>(이상 9월8일 개봉)는 ‘별종 중의 별종들’만 모였다는 서울 영등포 뒷골목 사람들을 그렸다. 화려한 타임스퀘어에 가려진 ‘안동네’의 왕초 ‘상현 형님’은 동네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아침부터 골목을 닦고 쓴다. 그와 그가 돌보는 사람들의 속 깊은 사연들이 담겼다.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출품작이다. 이중섭 아내 출연한 다큐멘터리 어린이들에게도 박한 추석 연휴가 되진 않겠다. 우리 궁궐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달빛궁궐>(김현주 감독)이 9월7일 개봉했다. 우연히 창덕궁에 들렀던 13살 주리가 ‘달빛궁궐’로 통하는 문에 빠져 들어간다. 그곳에서 훈남 무사 ‘원’과 함께 시간을 움직이는 자격루의 열쇠를 찾아 달빛궁궐을 구한다는 판타지다. 애니메이션 <장난감이 살아 있다>는 눈물 한 방울에 장난감들이 살아난다는 내용이다. 어릴 적 한 번쯤 꿈꿨을 일이다. ‘컬투’ 개그맨 김태균, 정찬우가 한국말 더빙에 참여해 재미를 더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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