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 눈높이’는 어쩌라고 제1240호 애아빠가 어느 날 “아빠 어릴 때 영어 테이프 같은 거 들으면서 공부 안 했거든. 그래서 듣고 말하는 게 자신 없어. 너 영어 울렁증 알아? 아빠 영어 울렁증이야.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넌 영어만큼은 제대로 했으면 좋겠어”라고 자기 약점까지 드러내며 아이한테 간곡히 공부를 종용했다. 돌아온 대답은 이랬...
왜 치킨집은 부재료로 승부하는가제1240호 6년 전이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에 있는 ‘통닭골목’을 취재한 적이 있다. 지글지글, 타닥타닥. 골목의 명함 같던 닭 튀기는 소리는 지금도 간혹 생각난다. 탐식가라면 음악 소리쯤으로 여겼겠지만, 당시 영화 <렛미인>의 그로테스크한(괴기한) 장면이 떠올라 흠칫 놀랐다. 좁은 ...
‘개저씨’를 갱생시켜야 내일이 온다제1240호 미운 상사가 죽는다. 그것도 내가 죽으라는 말만 하면. 트럭에 치여서, 맨홀에 빠져서, 토사물에 기도가 막혀서, 떨어지는 시계에 맞아서, 심지어 집 안에서 벼락에 맞아 죽기도 한다. 죄책감을 느껴야 할까?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이 그놈을 죽이고 싶어 해도 죽는다. 내 탓만은 아니다. 문제는 상사가 죽을 ...
더 사랑해서 억울한 이들에게 제1240호 *영화 <팬텀 스레드>와 <봄날은 간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염탐하다 분노와 애걸 메시지를 보내고 말았다. 이 손가락은 누구 건가? 탓할 시간 없다. 빨리 지워야 한다. 삭제를 눌렀는데 내 창에서만 사라진 것 같다. 그쪽 창에서도 지워졌는...
“‘이과 스타일 국어’가 1타 뜰 거야”제1240호 지난주 어느 날, 퇴근하자마자 헐레벌떡 뛰어간 서울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 “어머님들~, 이번 수능 국어 어려웠던 것 아시죠? 이 중에서 지금 셤 문제 풀어서 50점 넘는 분 있을까요? 거의 없으실걸요~.” 자존심이 살짝 구겨졌지만, 이른바 ‘불국어’를 풀어낼 엄마가 몇이나 되겠나. 이어지는 ...
흥남 철수 역사인가 선전인가제1240호 부부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있다. 이들 너머에 거대한 배가 보인다. 방한복을 입은 남자는 간단한 옷 보따리를 들고 있다. 아이를 포대기로 업은 여자는 비단 한복 저고리 차림에 고급스러운 손가방을 들고 있다. 남자 왼쪽 뒤에서 힐끗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도 꽤나 흥미롭다. 모두 촬영자를 응시하고 있다...
<법률가들 >외 신간 안내제1239호법률가들 김두식 지음, 창비 펴냄, 3만원 사법 농단 사건은 일회성 일탈 행위가 아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반민주적 집단을 위해 써왔던 ‘부역자’의 디엔에이가 오랜 세월 이어진 결과다.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법관 사회에서 재판 개입과 판사 사찰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 ...
진실은 어떻게 편집되나 제1239호씨앗 식품인 퀴노아는 2013년 ‘슈퍼푸드’로 인정받았다. 전세계에서 수요가 급증하자 이전보다 3배 이상 값이 올랐다. 가격 상승은 퀴노아를 경작하는 안데스 산지의 가난한 농부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며 처음엔 환영받았다. 그러다 ‘정작 지역민들이 수출 상품으로 가격이 높아진 퀴노아를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토록 따뜻한 응원 제1239호 “도담이도, 엄마와 아빠도 파이팅!” 지난 칼럼 ‘도담이 팬이 생겼어요’(제1236호)가 나간 뒤 지인과 취재원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았다(페이스북에 감사 댓글을 일일이 달지 못해 죄송합니다). 딸 도담이의 심장 판막에 작은 구멍이 생겼고, 그 구멍 때문에 혈액이 종종 역류해 당장 통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
‘닥터 필굿’ 감동을 전하는 두 가지 방식제1239호 1. <닥터 필굿>(Dr. Feelgood) 머틀리 크루 ≪닥터 필굿≫(1989) 고등학교 시절 나는 ‘메탈키드’였다. 1980년대 중·후반과 1990년대 초반은 음악깨나 듣는다고 어깨에 힘주던 10대들이 헤비메탈 아니면 쳐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