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상처받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제1241호아내가 낯설어졌다. 깊은 새벽 귀신 같은 몰골로 냉장고 안의 고기와 생선을 몽땅 버리더니, 어떠한 육류도 입에 대지 않는다. 해골이 되어가는 그녀를 보다 못한 가족들이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 하자 그녀는 손목을 긋는다. 살의와 폭력을 견딜 수 없어서 그녀가 육식을 거부하는 이유는 꿈 때문이다. 꿈속에서 ...
관능, 세상이 가두지 못했던 엄마의 몸제1241호 어린 시절에 관한 강렬한 기억 중 하나는, 동네 남자아이들이 더운 여름날 웃통을 벗고 나와 놀던 모습이었다. 그중 여자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걸 알고 의아해했다. 집에 돌아와서 엄마에게 선언부터 했다. 나도 웃통 벗고 나갈 거야. 엄마의 반응은 기억에서 희미하다. 아마 대부분의 경우처럼,...
그때, 팔 벌리고 우는 널 안았더라면제1241호 *이기호의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년이 넘었는데 그 아기 얼굴을 잊지 못한다. 대학교 1학년 때, 혼자 한 아동복지원에 자원봉사를 갔다. 무슨 뜻이 있었던 건 아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여기저기 배회하던 시절이다....
1910년 1천억원 모아 서간도로…제1241호 태백아 우리 님아 나 간다고 슬퍼 마라 나는 간다 가기는 간다마는 나의 가슴에 품긴 이상의 광명은 영겁무궁까지도 네가 그의 표상이로다 이별을 노래한 시다. 우리 님 ‘태백’에게 석별의 정을 전하고 있다. 부득이 헤어져야 하지만 님을 향한 사랑은 변함이 없다. 그러기는커녕 더욱...
파지제1241호 잔뜩 취한 오 부장이 오기 전까지도, 진철은 눈앞에서 익어가는 고기 한 점을 먹지 않았다.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진철에게 무언의 굴복 선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 부장이 3분기 호황 실적을 축하하며 “위하여”를 외치기 전 덧붙인 말 때문인지도 몰랐다. “불법 파업을 단죄합시다!” 본인을 ...
“자세히 안 보면 못 보는 것 쓸래요”제1241호“처음 쓴 소설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 기뻐요. 소설을 계속 쓰라는 응원을 받은 것 같아요.” 제10회 손바닥문학상 대상 수상자 최준영(29·필명)씨가 12월4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이날 함께 온 친구들의 축하 속에서 상을 받은 최씨는 “생애 가장 행복한 날”...
창백한 노동 현실을 좇다제1241호“평범한 내용이지만, 제 글도 누군가에게 읽히지 않을까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망설이다가 어렵게 용기 내어 손바닥문학상의 문을 두드려봅니다.” “부족하지만 읽어주신다면, 그것 자체로 감사할 것 같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를 응원하는 손바닥문학상에 응모한 이들이 보낸 글이다. 올해 10회를 맞은 …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외 신간 안내제1240호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 안드레아스 와이겐드 지음, 사계절 펴냄, 2만2천원 소셜 데이터 혁명 시대에 프라이버시는 데이터를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자원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 자원이 공정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우리를 들여다보듯 우리도 그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
사랑해서 때린다, 말이 되나제1240호조선시대엔 중국 명나라의 형법전(대명률)에 따라 죄인을 처벌하는 다섯 가지 형벌이 있었다. 이를 ‘오형’이라 한다. 첫째, 태형이다. 죄인의 볼기를 작은 형장(몽둥이)으로 치는 형벌이다. 둘째, 장형이다. 태형 때보다 큰 형장으로 역시 죄인의 볼기를 치는 형벌이다. 60대부터 100대까지 다섯...
숫자는 괜찮겠니? 제1240호세 돌 된 큰아이, 숫자를 읽는다. “이, 이, 함, 하(1, 2, 3, 4)!” 수리에 밝거나 선행학습을 한 것이 아니다. 사연이 있다. 처음에는 한글에 관심을 보였다. 일부러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간단한 글자를 읽는 모습을 보고 ‘말 배우기 전에 글자부터 배워도 될까’ ‘너무 일찍 배우는 것 아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