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같았던 10년제1127호 그래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잔, 마음은 시작부터 무너졌다. 그들은 본능이었다. 판단하기 전, 등장부터 멋졌다. 빅뱅 데뷔 10주년 콘서트 ‘0.to.10’. 격렬한 사운드를 뚫고 무대에 오르는 다섯 멤버의 실루엣은 그 형상만으로도 ‘스웨그’(swag)가 넘쳤다. 단일 그룹 역사상 가장...
폭소는 나의 힘제1126호 한쪽 링에서 다른 쪽 링까지 뛰어가는 데 필요한 건 단 세 걸음. 충격 완화를 위해 설치된 바닥의 범퍼가 발걸음에 맞춰 ‘쿵, 쿵’ 요란한 소리를 낸다. 빠른 걸음으로 다른 쪽 링에 달려가 반동을 이용해 다시 원래 링으로 돌아오는 걸음을 반복한다. 훈련의 이름은 로프워크(Rope Walk)...
가장 알려지지 않았던 복음제1125호 스포츠는 ‘저 너머’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과연 가능할까’ 싶은 일이 벌어지는 곳으로 우리를 이끈다. 오직 노력과 땀으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불가능한 세계다. 아주 가끔씩 그렇다. 그래도 스포츠엔 정해진 룰이라는 최소의 하한선이 있다. 룰이 항상 공평하진 않더라도, 이토록 불공평한 세상에서 그나...
생존본능, 기자본능 GO!제1122호 만화가 마영신은 자신에게 마이크를 갖다대면서 만화를 시작했다. 스무 살, 저예산 예술영화 미술 스태프로 일했다. 촬영 현장에서 겪은 온갖 ‘영화 같은’ 일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려니 전달이 잘 안 됐다. “답답해서 만화로 그렸죠.” 방위산업체 군복무 시절 공장노동 경험을 담아 <남동공단>...
무너지는 도시를 기록하다제1121호서울은 무너지는 도시다. 자본과 욕망은 오래된 것,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 뿌리가 깊어 더 이상 갈 곳 없는 것들의 자리를 탐낸다. 싼값에 밀어내고 새 말뚝을 박으려고 한다. 여기에 우리는 유행어처럼 알려진 단어 ‘젠트리피케이션’을 갖다 붙이기도 한다. 먹고살 터전을 잃은 시민은 막막해서 울고, 용역이 뿌린 ...
없어지기 전에 가보자 인디 공간제1120호 막내&#160; 국물이 맛있네. 조미료 넣었당가? 엄마&#160; 뭔 소리데? 안 넣었제. 막내&#160; 신기하네이. 엄마&#160; 맛없으믄 쪼까 쓰긴 해야. 2007년 11월9일, 막내아들...
다큐, 기록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제1119호 1980년대 중반 사람들은 ‘광주 비디오’를 봤다. 정부가 지시해 민간인 학살이 벌어진 ‘5·18의 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다. 국외 텔레비전 방송사의 자료 화면을 짜깁기한 ‘광주 비디오’. 그 속에서 1980년 5월 전남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는 평범한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
‘포스트조던’과 ‘탈조던’ 사이의 ‘킹’제1118호 시간을 1년 전으로 돌려보자. 너무나 결정적이었던 2014-2015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 5차전, 경기 내내 ‘추격자’였던 클리블랜드 캐벌리얼스는 4쿼터 중반 르브론 제임스의 3점슛으로 겨우 경기를 뒤집었다. 원정팀 에이스의 포효에 경기장은 일순간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
허클베리핀, 제주에 살다제1117호 “커다랗게 쪼개진 수많은 날 알게 되었어/ 푸른 바다 높은 탑/ 젖은 몸의 널 기다리는 기다리는/ 깊은 잠에 빠진 너/ 깨어나는 그때 달아나라” -밴드 ‘허클베리핀’의 디지털 싱글 <사랑하는 친구들아 안녕 나는 너희들이 모르는 사이에 잠시 지옥에 다녀왔어> 중에...
굿바이 알리제1116호 어쩌면 마일스 데이비스가 현명했는지도 모른다. 어릴 적 그의 유일한 결핍은 치과의사인 아버지와 음악교사인 어머니의 부부 싸움이었다. 그 정도야 이 세상 어디에나 있는 찰과상일 뿐, 그는 미국 일리노이주 앨턴의 부유한 동네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트럼펫 전공으로 줄리어드 음대까지 진학했는데 재즈로 급선회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