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이 키운 예술제1153호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22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대통령 탄핵 인용 선고가 떨어졌다. 일순 서울 광화문광장은 환호에 휩싸였다. 세월호 유가족과 해고노동자들은 물론,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와 광화문 캠핑촌 식구들은 얼싸안았다....
비틀스의 추억 한 조각 한 조각제1152호 난 레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레고로 만든 타워브리지나 <스타워즈> 우주선을 보며 감탄한 적은 있지만, 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적어도 내게 레고는 아이들 장난감이거나 별난 취미를 가진 어른들의 값비싼 호사품이었다.그날 내가 왜 대형마트의 레고 코너에서 서성였는지 모르...
그 아비들이 역적이다제1151호 매주 토요일 저녁, 광장마다 촛불이 들꽃처럼 피어오를 때 슬그머니 <무한도전>이 ‘휴방’을 결정한 건 우연한 겹침이 아니라 과학적 판단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어떤 광장은 TV의 적(!)이다. 물론 TV는 24시간 열려 있지만 광장은 상시적일 수 없다. 광장은 들고 나는...
근엄함 대신 친근함제1150호 “그녀가 샀다고 의혹을 받은 그림 중 하나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었다. 2008년 4월2일, 홍라희 관장은 검찰에 출두했다. 삼성 계열사들의 분식회계로 조성된 비자금으로 값비싼 미술품을 사들였다는 의혹과 조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이경식 지음, <이건희 스토리-...
광장을 품은 ‘열정극장’제1149호 서울 광화문 캠핑촌, 면도날 상징물에는 ‘Black List’가 새겨 있다. 광장 몇 곳에 놓인 이 작품은 정권과 권력이 ‘검열’이란 보이지 않는 면도날로 예술과 민중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한 불온한 의도를 상징한다. 불법적 면도날의 난도질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광화문광장의 ‘Black ...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제1148호 2016년 10월29일 토요일, 시민들이 광장에 모였다. 바람이 차고 거세질수록 촛불은 몸집을 불리고 거대해졌다. 환하게 타오른 광장에서 누구는 열망을 보고, 변화를 기대하고, 위안을 얻고, 과거를 곱씹었다. 그리고 그 장소와 시간이 훗날 역사책에 2016년을 기록할 한 장면으로 새겨지리라는 것을...
사랑하기 딱 좋은 거리제1147호 고양이 지구 정복이라더니, 이제 그날이 정말 온 것 같다. 고양이가 대선 주자라면 고양이 대세론이 뜰 것이다. 고양이 대세의 징후는 인터넷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다. <라이프 트렌드 2017>(김용섭 지음, 부키 펴냄)에 따르면, 구글의 CAT 검색 결과가 약 1...
우리가 몰랐던 미용실제1146호 오래된 동네, 이차선 도로를 낀 주택가 상점들. 동네 나이만큼 간판들도 노랗게 바랬다.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만 나가면 대로변에 번쩍이는 상가가 즐비한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크고 반들거리는 동네 옆, 보도블록 귀퉁이가 날긋날긋 닳은 동네에 ‘우리가 몰랐던 미용실’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서울 한복판에 ...
‘찰나의 순간’을 진열하다제1145호 사람들은 웃는 얼굴로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니까, 최근 본 전시 중, 아니 경험한 것 중 가장 재미있는 일이었어요. 근데 이게 왜 재미있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재미의 근원을 찬찬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큐레이터 현시원)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청량하다? 전시장 문을 ...
당신을 향한 선율제1144호 “그 소리는 깽깽거리며 울기도 했고, 애교를 부리거나 앙탈하기도 했다. 섬세한 고음은 때로는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소리를, 때로는 선득한 광기가 느껴지는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거친 듯 여린 듯 쉰 듯, 그러면서도 애련하고 신명이 났다.”(류경 중편소설 ‘내 이름은 월아’) ‘그 소리’는 해금(奚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