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통조림제1173호 끓이지도 데우지도 않았다. 순식간에 6첩 반상이 펼쳐졌다. 어머니의 손맛 대신 내 손끝으로 야무지게 차린 밥상. 육·해·공의 조화를 고려한 마음만은 어머니의 그것이었다. 이제 오감으로 즐겨볼까. 딸깍. 오색창연한 빛깔은 간데없이 다들 거무룩했다. 낯빛도 시무룩해졌다. 강한 짠내가 입안에 훅 번진...
한여름 밤, 그녀들의 미스터리제1172호여름이다. 그리고 여름휴가다. 무더위와 함께 찾아온 쉼의 시간. 그동안 읽지 못한 책을 보며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여름을 서늘하게 해줄 오싹한 미스터리 소설을 권한다. 그중에서도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고, 쫄깃한 긴장감과 반전을 선사하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추천한다. 박현주 추리작가, 이다혜 북 칼럼니스...
내 일상 망치러 온 구원자, 워너원!제1171호 “기자님, 이러다 우리 ○○ 욕먹이는 거 아니에요?” 7월12일, 수화기 너머로 한 팬이 경계하듯 말했다. 마음에서 소나기가 내렸다. “죄송해요. 실은 제가 아이돌 문화를 잘 몰라서요.” ‘잘 모른다’는 것도 사실 체면치레다. 취재하면서 느꼈다. 나는 아이돌을 정말 ‘1도’ 모르는 사람이었구나...
삶의 쉼표를 노래하다제1170호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성악을 전공한 아빠는 병원에서 네 살 아이 손을 잡고 나지막이 노래를 불렀다. 아이와 함께하는 마지막 순간일지 몰랐다. 이날은 아빠에게도 아이에게도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코르넬리아드랑게증후군과 뇌전증을 앓는 혜송이는 2013년 4월1일 하루 동안 여섯...
블링블링한 인형보다 슈퍼히어로가 좋은Girl제1169호 핑크 vs 파랑. 여기는 어디, 지금은 어느 시대? 중학교 3학년 윤민희(15) 학생은 분홍과 파랑으로 양분된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순간 얼어붙었다. 학교에서 활발한 성격의 친구가 선생님에게 “여자애가 조신해야지” 라는 지적을 듣고 친구들이 억울해하던 일이 머리를 스쳤다. ‘지연이가 블링...
이 구역의 가성비 갑은 나야제1168호금수저 물고 빠는 인간을 제외하고 우리 같은 흙수저에겐 가성비가 가수비보다 더 중하다. 여자친구와 분위기 내고 싶을 때, 친구에게 ‘제대로 쏘(았다는 인상을 주)고’ 싶을 때, 처자식에게 가장의 배포를 보여주고 싶을 때, 주머니 걱정 없이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그래서 찾았다. 가성비 끝판왕으로 불리며 가격...
우리 강쥐랑 술잔 부딪쳐볼까?제1167호 티파니는 칵테일을 들이켰다. 달착지근한 우유에 브로콜리와 당근 맛이 느껴졌다. 어두운 조명에 하우스음악이 클럽 분위기를 살린다. 선물로 받은 큐빅 목걸이는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네. 수질 관리 좀 했군….’ 옆자리의 마루는 이온음료에 수박을 넣은 칵테일이 썩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유월항쟁을 걷다 크로켓 입에 물고제1166호 서울 지하철 1호선 남영역 플랫폼. 하행선 스크린도어 너머로 회색빛 건물 한 채가 빠끔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용산역과 서울역을 앞뒤로 바라보는 이 건물은 ‘남영동 대공분실’이라 불렸다. 고 김근태 의원 등 민주화운동가들이 잡혀와 고초를 겪던 악명 높은 장소다. ‘저런 건물이 이런 데 있다니….’ 건물은 위세…
‘한솔로’의 음악축제 정신승리기제1165호 “참 묘한 일이야. 사랑은….” 저 멀리 무대에서 ‘디 에이드’(옛 어쿠스틱콜라보)가 <묘해, 너와>를 부른다. 맞다. 묘한 일이다. 1시 방향, 돗자리 건너에 있는 남녀가 하는 ‘짓’을 보니 묘한 게 맞다. 언뜻 보기에 20대 중반쯤? 노래를 따라 박자를 타던 둘의...
행운은 ‘랜덤’이 아니더라제1164호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포털에서 서핑을 했다. 오른쪽 하단 쇼핑 코너의 한 광고가 눈에 들었다. ‘향수 랜덤박스 5000원.’ 아, 이 가격에 향수를 준다는 건가? 설마, 하고 클릭했다. ‘○○마켓’이란 쇼핑몰이었다. 랜덤박스 일반형은 5천원, VIP형은 3만원을 내면 샤넬, 아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