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명은 내가 읽는 것제1098호 그는 늘 누워 지냈다. 창가로 흐르는 구름과 바람이 그의 벗이었다. 병치레에 시달리는 몸은 좀체 외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자주 좁은 공간에, 마치 꽃이 꽃병에 꽂혀 있듯이, 갇혀 있다보니 그는 버릇이 하나 생겼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눈길은 자주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방문객이 있을지언정 그들...
‘이모지 정치’ 너 어디까지 왔니?제1097호 이른바 ‘쯔위 사태’에 기름을 붓는 일이 있었다. 1월16일 중국 배우 린겅신(林更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너무 갑작스럽게 사과하느라 대본을 외울 시간도 없었나보다”며 사과문을 대본처럼 읽은 쯔위를 겨냥한 것이다. 글만 떼어보면, 위로나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
이겨야 대학 가고, 이겨서 돈 번다, 그러니 때린다제1096호 해방 이후 한국 스포츠가 이룬 ‘스펙터클’(spectacle)은 환상 그 자체다. ‘88 서울올림픽’과 ‘2002 월드컵’으로 대변되는 성공의 기억들은 현대사의 변곡점이라고 불릴 만큼 대단한 사건적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도무...
그럴 거면 차라리 버려제1095호 정리 컨설턴트에게 ‘정리의 기술’을 전수받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술 이전은 실패했다. 모든 것을 사각형으로 만들어 정돈하라는 법칙이 있었다. 아직까지 유용하게 사용하는 유일한 기술은 속옷을 아주 작고 반듯한 사각형으로 접어 서랍에 차곡차곡 쌓아놓는 것이다. 이로써 서랍 속 공간을 ...
드라마 옆집에 웹드라마가 산다제1094호‘거실 TV를 보는 것은 강아지뿐일 것’이란 미래 예측은 이미 누군가에겐 이상할 것 없는 현실이다. 거실 TV 시청은 수용자의 의지적 행위가 아닌 관습적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수치로 입증된다. 2015년 한 해 지상파 방송은 100여 편의 드라마를 쏟아냈지만, 시청률 10%를 넘긴 주중 드라...
스타워즈, 어렵지 않다고 전해라제1093호 2015년 12월17일 개봉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예매율 40%로 1위를 차지했지만, 일주일 동안 관객 126만명을 동원하며 2위에 머물렀다. 1위는 한국 영화인 <히말라야>. 지금까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널 위해 준비했어제1092호 평소에도 자주 들여다보는 스마트폰을 이맘때면 어쩐지 더 자주 보게 된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인사를 잊지 말아야 할 사람이 없을까. 연락처를 뒤적이며 작은 선물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이들도 몇몇 떠오르는데 유독 지출이 많은 계절이라 망설여진다.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직장인 752명을 대상으로 ...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연탄제1091호 연탄의 법률적 이름은 구멍탄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한국산업표준에서는 구멍탄의 기준(KS E 3731)을 엄격히 정하고 있다. 1~5호로 나뉘는 구멍탄 가운데 가정에서 흔히 쓰는 것은 2호다. 구멍탄 2호 규격은 지름 15.8cm, 높이 15.2cm이며 무게...
저는 안녕합니다 그대도 안녕합니까?제1090호 어차피 살아남은 자들의 추억이다. tvN <응답하라 1988>에서 44살 덕선(이미연)은 소파에 앉아서 18살 덕선(혜리)을 회상한다. 그녀는 아파트 소파에 앉아서 말하고, 우리는 거실 소파에 앉거나 누워서 본다.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는...
빨간 것이 아름답다제1089호 에이즈 30년, 침묵은 끝났다. 이제는 질병이 아니라 혐오가 사람을 죽이는 시대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감염인의 주요 사망 원인은 자살이다. 병든 사회의 ‘에이즈 혐오증’은 건강한 HIV 감염인도 못 살게 한다. 올해로 한국에서 에이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