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죄가 아니래요제1260호엄마, 이제 죄가 아니래요 저는 3녀 1남 중 장녀입니다. ‘1남’은 막내입니다. 다들 눈치채셨겠죠. “아들 낳으려고 그랬구나.” 임신중지에 대한 제 최초의 기억은 엄마입니다. 제가 중학생 때 엄마는 흘리듯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네 밑에 하나 더 있었어. 또 딸이라서 어쩔 수 없었지.” 엄마...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제1259호“우리 형과 동료들이 죽은 게 내 잘못이 아니다. 좋은 데로 갔을 거다….” 4월5일 경남 창원 성산구의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김현민(46·가명)씨는 숨죽인 채 한참 어깨를 들썩거렸습니다. 2017년 5월1일, 물량팀(1차 하청업체로부터 재하청을 받은 단기 일용직) 배관 작업을 했던...
목포에서의 눈물제1258호3월20일 아침, 무작정 서울 용산역으로 갔다. 가장 빨리 출발하는 목포행 KTX에 올랐다. 두두둑. 굵은 빗방울이 차창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기차를 탔다고 하면 만나주지 않을까.’ 전남 목포 연산동에 사는 서진(가명)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목포 가는 길인데 잠깐 인사만 할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울음이 멈추길 제1257호“30분만 얘기하시죠.” 서로 의견이 맞아떨어졌다. 기자는 점심 약속 시간이 촉박했고, 취재원은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사무실 유선전화를 귀와 어깨 사이에 낀 채 노트북을 켜고 인터뷰 준비를 마쳤다. 대면 인터뷰는 불가능했다.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는 베트남 호찌민에 있었다. 그는 3월1...
팩트만 담고 사랑은 못 담았다 제1256호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기사를 쓸 때 통상 법률이나 규범, 사회구조 따위의 ‘제도’에 주목한다. 쓰는 기자나 읽는 독자나 가장 익숙한 기사 쓰기 방식일뿐더러, 제도 변화를 촉구하면서 기사를 마무리하면 모범답안에 가까운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가끔 ‘제도 너머’에 있는 어떤 것, 가령 마음(으로 통칭한 ...
당신은 누구십니까 제1255호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독자였다면, <한겨레21>을 떠났을까 남았을까. 제1254호 표지이야기 ‘후원제를 시작합니다’를 준비하면서 머릿속을 스친 수많은 질문을 하나로 요약하면 아마도 이와 같을 겁니다. 기사를 위해 만난 독자들이 마치 거울처럼 저를 비추었기 ...
나도 표지는 처음이라서 제1254호오토바이를 실으려 했다.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승강기에. 첫 번째 시도는 실패였다. 승강기를 기다리는데 때마침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오던 경비 노동자에게 딱 걸렸다. “퇴근 시간에, 화물용 승강기도 아닌 승객용 승강기에다, 총무팀에 미리 알리지도 않고….” 경비 노동자의 꾸지람에...
현장에 끝까지 제1253호 “노무사님, 요즘 좀 쉬고 계시죠?” ^^ “아뇨, 더 정신없어요.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아, 그래요? 얼마나 왔는데요?” “거의 200건 정도….” “네? 200건요?” 지난주 표지이야기 ‘반올림 시즌2’ 기획은 이렇게 우연히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중순 &l...
양승태는 모를 일본의 양심 제1252호 “아다치 슈이치 변호사가 상금을 히로시마 조선학교에 기부했답니다.” 지난해 강제징용 재판에서 대법원 확정판결(2018년 11월29일)을 받아낸 최봉태 변호사가 2월25일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지난 1월30일 사단법인 법조언론인클럽이 주는 올해의 법조인상을 한국 변호사들과 공동 수상한 아다치 변호사가...
조병구 판사님, 감사합니다제1251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1심 판결문이 욕을 많이 먹었지만 사실 상당히 잘 쓴 판결문이에요.” 의아했습니다.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을 다룬 1심 판결(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 조병구 부장판사)을 두고 그동안 비판의 목소리를 낸 학자의 발언이었기 때문입니다. “요소들을 다 다퉜어요. 대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