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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현장에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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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3 10:10 수정 : 2019-03-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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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님, 요즘 좀 쉬고 계시죠?” ^^

“아뇨, 더 정신없어요.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아, 그래요? 얼마나 왔는데요?”

“거의 200건 정도….”

“네? 200건요?”

지난주 표지이야기 ‘반올림 시즌2’ 기획은 이렇게 우연히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중순 <한겨레21> 송년호를 위해 제가 썼던 대한항공 산업재해 신청 기사를 후속 취재하던 중이었죠. 반올림 사례를 참고하려 이종란 노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1월부터 12월까지 새로 연락 온 직업병 피해 제보가 200건이라는 겁니다.

세상에 200건이라니! 이게 얼마나 많은 숫자냐면요, 2007년부터 11년간 반올림에 들어온 피해 제보가 450건입니다. 11년치 제보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제보가 한두 달 만에 들어왔다는 겁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신규 제보자 중 상당수가 중재안 보상 범위 밖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 직전까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반올림 이제 끝난 거 아닌가. 그럼 해산하나?’ 많은 분이 2018년 11월 삼성전자-반올림 중재안 발표 뒤 비슷한 생각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당시 언론에 온통 ‘11년 싸움 종지부’라는 제목이 달려 나갔으니까요.

이종란 노무사에게 전화할 때도 ‘휴가 중이려나. 홀가분하겠다’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11년간 쉴 틈 없이 달려온 그에게 쉴 복은 없나봅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장기간에 걸친 탐사보도를 마친 기자들이 한숨 돌리며 사무실로 들어왔는데, 제보전화가 빗발치듯 오는 장면이 오버랩(중첩)됐습니다.

시즌1이 흥미진진하게 끝난 명품 드라마는 시즌2를 기대하게 됩니다(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2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올림 시즌2의 주연과 등장인물은 누가 될까요. 어떤 위기가 닥치고, 또 어떤 성과를 거두게 될까요. <한겨레21>이 각본 없는 드라마를 현장에서 중계하겠습니다.

요즘 한겨레의 한 동료 기자에게 들은 이야기가 화두처럼 머릿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현장에 가장 먼저 가도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지만, 가장 끝까지 남아 있어도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 순발력이 부족해 가장 빠른 특종은 잘 못하니, 대신 끝까지 남아 있어 보려 합니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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