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또다시 마른 빨래처럼 말할지라도제1271호“팀장 회의에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번호 표지는 예정된 기사 대신 판문점 회동으로 가죠.” 뭔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편집장의 목소리는 햇볕에 바짝 마른 빨래처럼 건조하고 빳빳하다. 나는 그때마다 아주 가끔 그가 원망스럽다. 물기 없는 그의 목소리는 보통 ‘힘든 한 주’를 ...
묵묵한 군산에 빚진 마음입니다제1270호“오래된 도시라 그런지 어르신 같다고 해야 하나. 힘들 때 바르르 떨고 악 소리 내는 게 아니라 묵묵히 가만 보고 있는 그런 느낌 있죠? 그런 것 같아요, 군산이.”(김성훈 군산 살맛나는 민생희망연대 대표)차를 얻어타고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길, 군산 토박이 김성훈 대표의 말을 듣습니다. 차창 밖으로 ...
난민 취재는 계속된다, 쭈욱~제1269호“없어요.” 2016년 9월 말, 문화방송(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씨가 진행자 박명수씨에게서 “잘생겨서 안 좋은 점이 있어요?”라는 질문을 받고 짧게 던진 대답에 출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던 게 기억납니다. 방송으로 보던 저도 박장대소했습니다. 평범...
고소장, 불안하지 않습니다제1268호김덕남 상이군경회장의 재산 형성 의혹을 다룬 제1260호가 배포된 게 5월 초였네요. 표지 제목이 ‘보훈재벌의 탄생’이었죠. 벌써 한 달이 더 지났군요. 여러 일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습니다. ‘소송’의 쓴맛을 단단히 보고 있습니다. “장기 집권을 꾀하는 회장은 잘못을 지적하는 회원들을 ‘주먹’과 ...
막연한 공포와 실제적 공포제1267호안녕하세요. 지난호 표지이야기 ‘교도관은 나를 에이즈라 불렀다’를 쓴 사회팀 변지민 기자입니다. 표지이야기를 오랜만에 썼고, 그래서 21 토크에서도 한참 만에 인사드리네요. 이 기사는 지난해 대구교도소에서 벌어진 일을 다뤘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 3명이 교도관에게서 ...
우연이 아니니까~제1266호지난호(제1265호) 표지이야기 ‘플라스틱 로드’는 독자들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습니다.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독자의 깊은 문제의식에 감탄했고, 취재·기사 작성 과정 내내 계속된 성원에 늘 든든하고 고마웠습니다. 참여해주신 독자 25명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라고 말로만 때우기는 부족한 듯합니다. 그래...
외롭지 않길 바랍니다제1264호 제1263호 표지 ‘은둔형 외톨이’ 기사를 쓸 생각을 한 것은 2018년 말이었습니다. 시작은 친구의 하소연이었습니다. 친구에겐 10년 넘도록 집에서만 생활하는 동생이 있습니다. 친구는 동생 걱정에서 놓여나지 못했습니다. 특히 명절 때 본가에 다녀오면 며칠씩 앓기도 했습니다. 동생을 어르고 달랬...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제1263호 4월4일 목요일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한겨레21> 마감날이었다. 저녁 7시30분께 옆자리에 앉은 장수경 기자의 전화기 진동이 울렸다. 그의 동생이었다. 장 기자는 전화를 끊지 않은 채 내게 물었다. “산불이 나서 지금 리조트 주차장에 사람들이랑 모여 있다는데 어떻게 ...
그만둘까요, 아픈 걸 참고 버틸까요제1262호지난 4월, 신입 사원인 장유진(25·가명)씨는 적금 100만원을 처음으로 넣지 못했습니다. 수습사원 기간이 끝난 뒤 5개월 동안 월급의 절반을 저축해왔는데, 지난달에는 건너뛰어야 했습니다. 갑자기 월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210만~230만원이던 유진씨 월급은 지난달 159만원이었습니다....
건강한 보훈단체를 만드는 그날까지제1261호지난호 표지이야기는 ‘보훈단체 비리 3탄’,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비리 보도였습니다. 김현대 선임기자는 보훈단체의 고질적 비리를 파헤치는 탐사기획 보도를 올 1월부터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1246호 ‘고엽제전우회처럼 돈 버는 법’ 기사가 시작이었습니다. 앞에선 관제데모를 이끌면서 뒤로 개인 치부에 골몰한 3인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