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이나요? 제 말은 들리세요?제1002호박경석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은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는 서울 광화문 농성장을 “상설 전시장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가끔 스치는 지하철 역사 안에 있지 않은가. ‘허가’를 받고 장애인 사진을 전시하고 후원 서명을 받는 ‘테이블’ 말이다. 여름가을겨울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3월7…
모든 길은 물물교환으로 통한다제1002호나는 매우 특별한 경험을 통해 땡전 한 푼 없이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적이 있다. 2009년 가을, 영상을 전공하는 6명의 친구들과 함께 단돈 80만원으로 1년 동안 유럽을 여행했다. 방법은 단순했다. 호스텔과 레스토랑 등의 홍보 영상을 만들어주고 숙식을 제공받는,...
못하면 망해야지, 안 그러면 못 깨달아제1002호지난 2월27일 중앙승가대에서 명예 박사학위 수여식이 열렸습니다. 1992년부터 20년이 넘도록 고려팔만대장경 전산화 작업을 수행해온 종림 스님(70)의 공덕을 기린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동국대 인도철학과를 졸업한 뒤 1972년 전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종림 스님은 <해인&...
스님, 1천원 돌려주세요제1002호문화재를 보려고 산에 간 것이 아닌데 왜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나. 얼마 전 고등학교 친구가 지난해 가을 가족과 지리산에 간 이야기를 하며 투덜댄다. 극락 가긴 다 틀렸군 “아니, 왜 천은사 쪽에서 올라가면 문화재를 보지도 않는데 관람료를 받느냔 말이야. 우린 지리산에 가려는 거지 ...
인권아, 학교 가자제1002호K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참새떼처럼 재잘대던 아이들이 멈칫한다. 와, 장애인이다! 담임선생님이 뒷목을 잡는다. 그러나 그녀 역시 K를 보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이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K는 낯설다. 그건 K 역시 마찬가지다. 8살, 취학통지서를 받아들고 엄마는 K를 업고 학교에 찾아갔다...
다행이야, 한 명만 죽어서제1002호엄마. 소녀는 뛰었다. 무작정 뛰었다. 머릿속은 엄마의 얼굴뿐이었다. 엄마를 찾아야 해. 엄마, 엄마, 엄마. 들판을 가로질렀다. 옆구리를 손으로 누르며 뛰었다.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손은 핏물로 흥건했다. 뛰다가 자꾸만 넘어졌다. 찢어진 옆구리 사이로 창자가 삐져나왔다. 손으로 눌러 집어넣고 다시 ...
돈으로 사야만 가질 수 있나요?제1002호장터에 나온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내놓았다. 농약을 치지 않은 쌀을 찧어 만든 가래떡, 자연의 힘에 기대어 기른 고추로 담근 장아찌, 첨가물을 넣지 않은 빵, 정성스레 손바느질을 해서 완성한 퀼트 가방 같은 것들. 거창한 브랜드와는 거리가 먼 소규모 생산품들, 알음알음 다리를 거치지 않으면 얻기 힘든 ...
유성의 악몽을 쫓아내주세요제1002호목이 아팠다. 잠시 올려다본 것뿐인데 뒷목이 당겼다. 남의 속도 모르는 차들은 고속도로 위를 질주했다. 냇가엔 버들강아지가 봄을 재촉했고 묵은 밭 비닐은 낡고 해진 모습으로 처량하게 바람에 나부꼈다. 20m쯤 될까. 아래에서 위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았다. 눈대중으로도 20m는 넘어 보였다. ...
김연아 중독제1002호소치 겨울올림픽이 폐막했다. 인기 종목이건 비인기 종목이건, 투혼마다 벅찬 감동. 그러나 모든 감동과 투혼을 안드로메다로 직배송하는 하나의 종목과 하나의 선수가 있다. 피겨스케이팅, 여신 김연아. 더 설명해봤자 입만 아픈 전설 그 자체, 김연아에 대한 관심은 다른 종목, 다른 승부, 다른 선수에 ...
현실은 네 상상력 너머에 있다제1001호장애인 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평소 똑똑하고 행동이 얌전해 학교 관계자에게서 칭찬을 듣는다고 했다(학교 관계자의 ‘얌전하다’라는 평가가 마냥 좋은 의미는 아니다). 학교 관계자가 그 학생과 지내며 겪는 어려움은 적은 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학교 관계자가 주장하는 ‘어려움’ 혹은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