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할머니제1010호때는 바야흐로 2011년 가을. 평소 가을을 심하게 타는 편이기도 하지만 이해 가을은 유난히 고되고 쓸쓸했다. 그저 아버지 사진관을 맡아서 하는 요즘 보기 드문 총각이었던 내가 그해 가을 갑자기 빨갱이 신세가 되어 창문 하나 없는 조사실에서 삼촌뻘의 아저씨들과 조서를 꾸미게 된 것도 고되고 힘들었지만, ...
“내 노래가 쓸모없는 세상을 꿈꿉니다”제1010호난폭한 세계와 불화하며 ‘깨진 구럼비의 섬’에 이발사가 깃들여 산다. 거대한 배가 침몰했고, 착한 사람이 버림받았으며, 어린 꿈이 바다에 묻혔다. 손짓과 걸음과 마음을 독촉하고, 풀과 바람과 땅을 몰아붙여, 슬픔과 울음과 분노의 겨를마저 빼앗는 세계가 무심하게 질주한다. 수직은 가파르고, 수평은 ...
세 겹 겨울 점퍼를 벗고 봄옷으로제1010호우리 단체는 ‘아랫마을’이라는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아랫마을’은 주로 반(反)빈곤 운동을 하는, 그래서 빈곤한 단체들이 함께 공동으로 마련한 공간이다. 지은 지 40년도 더 된, 차가 들어올 수도 없는 후미진 골목에 있지만 우리의 활동을 지탱해주는 고마운 공간이다. 한편 이곳은 거리·쪽방·고시원 등지에서 살…
애도의 땅에 신뢰 공동체를제1010호고통의 시간이 벌써 3주째 흐르고 있습니다. 지난 4월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제가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진전이나 수습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을 우리 사회에 계속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
법원은 다르리라, 순진한 믿음제1009호드라마에선 억울하게 딸을 잃은 일개(?) 형사도, 유력 대선 후보와 국내 최대 재벌가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딸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히고, 살인을 은폐한 자들을 처벌하게 만든다. 2012년 한 방송사에서 방영한 <추적자>라는 드라마의 내용이다. 사법 현실에서도 그와 같은 거대권력...
마음대로 되지 않나요? 나도 그래요제1009호희망제작소와 <한겨레21>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2014년 휴먼라이브러리’ 4월 정기행사가 ‘너는 마음대로 되니?’란 주제를 걸고 지난 4월22일 열렸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날 행사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_편집자 지난 4월22일 저녁 7시....
국가를 묻은 땅제1009호“아이고, 얄궂구로.” 환히 웃는 할매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린 책을 건네받고 김말해는 수줍게 말했다. “애썼다. 내가 글만 알았으만 이런 책 10권도 넘게 적어 남겼을 낀데….” 경남 밀양시 상동면 도곡마을에서 여든일곱 생을 이어온 여자, 김말해. 지난겨울, 타닥타닥 장작이 타들어가는 아궁이 앞에서,...
경쟁제1008호언젠가부터 경쟁 프로그램이 인기다. 아마도 경쟁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네 삶 그대로의 반영이기 때문이리라. 우리처럼 경쟁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그 경쟁 과정의 치열함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사실 자본주의에서는 별의별 게 경쟁이다. 춤과 노래뿐만 아니라, 몸매와 처세술, 심지어 승차감과 맛까지 모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