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들 편에서 싸우다제1000호통통배가 출렁거렸다. 겨울바다는 싸늘했다. 오다 마코토(36)는 작은 어선 한 척에 몸을 싣고 항구에서 출발했다. 고기를 잡으러 온 것은 아니다. 바다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여행도 아니다. 배는 멀리 나아가지 않았다. 항구 주변에 있는 목표물로 곧장 향했다. 배 위엔 뜻을 같이한 네댓 명의 사내들이...
남겨진 이들의 ‘한’ 오십년제1000호이산가족 정보통합센터엔 1988년 이후 상봉 신청자와 사망자 수가 집계돼 있다. 지난 1월 기준 신청자는 12만9287명이지만, 절반에 육박하는 5만7784명(44.7%)이 이미 세상을 뜬 것으로 나타난다. 2004년 1월 자료(사망자 수 1만9488명, 15.9%...
‘이의제기권’을 보장하라제1000호“최선을 다해 설득했습니다. 첫 번째는 법리적으로, 두 번째는 ‘어차피 무죄가 나온다. 무죄 구형을 전향적으로 해 국민들에게 칭찬받아보자’고 설득했는데 안 돼 최후의 수단으로 이의제기권을 행사했습니다. 합리적인 이유로 설득했다면 따르지 않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상부에서 ‘백지구형’(판사에게 ‘법과 원칙…
증거 없어도 추론만으로 유죄제1000호“대학을 졸업하고 한전 시험을 봤다. 한전 노조를 장악해서 서울시의 불을 일체 다 끄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불이 다 꺼지면 서울시에 일대 혼란이 일어나서 혁명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학규(67) 전 민주당 대표가 2011년 9월 한국전력이 초래한 대규모 정전 사태를 꼬집어 했던 말이...
박원순 죽이기 시나리오?제1000호영화 <변호인>에서 검찰은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가 불온서적이라는 한 연구소의 감정 결과를 제시한다. 저자가 소련에서 오래 살았다며 공산주의자가 쓴 책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사 송우석은 이 연구소가 국가안전기획부와 주소지가 똑같은 곳임을 밝혀냈다. 그리...
1000이라는 숫자제1000호 어릴 적 기억 하나. 매일 아침 잠에서 깰 무렵이면, 으레 안방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마당에 나가 배달된 신문을 집어오라고 심부름을 시키는 낮은 음성의 아버지 목소리였다. 달콤한 잠자리를 떨쳐나오기 싫을 때나, 특히 겨울철 눈 내린 마당을 맨발의 종종걸음으로 뛰어가 냉큼 신문...
너의 목소리가 안 들려제999호 “나를 불법 수사했던 검사들 목소리를 듣고 싶다.” 2월13일 서울고법 형사10부는 이른바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재심 사건에 대해 무죄 선고를 내렸다. 사건이 발생한 지 꼭 23년 만이다. 오래전 우리나라 국가기관이 저지른 대표적 범죄 사건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정작 당사...
적 11명 사살, 운이 좋았다제998호“너도 죽자, 이 새끼야!” 정글 한가운데서 김 중사가 악을 썼다. 소대 2인자인 향도하사관이다. 그는 M16 소총을 들어, 미군 메디백(Medevac) 조종사의 이마를 겨눴다. 철커덕. 노리쇠까지 장전했다. 오른손 검지가 방아쇠에 닿았다. 미군 조종사는 사색이 되었다. 메디백은 환자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