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다녀갔지? 바른 대로 대!제994호“야, 돌림빵!”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돌림빵’이 뭐지? 누군가 그의 머리에 양동이를 거꾸로 씌웠다. 손잡이가 달린 허여멀건 철제 양동이. 군복과 사복 차림이 섞인 예닐곱 명이 다가와 사방을 에워쌌다. 구타가 시작됐다. 배와 가슴으로 주먹이 들어왔다. 정강이와 무릎과 허벅지에 군홧발이 찍혔다. ...
점정화룡 세대제993호그들의 투표는 항상 진보 쪽에 기울었다. 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2002년 대선에서 그들 대부분이 속했던 20대의 67.7%가 범진보 후보(노무현·권영길)에게 투표했다(30대는 68.4%). 예외적으로 보수가 강세였던 2007년 대선 때 그들은 20대와 30대로 나뉘...
상상력에 권력을제993호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4년입니다. 넉넉한 마음을 담은 따뜻한 덕담이 오고 갑니다. 올해 주고받는 덕담 속엔 유독 ‘안녕’이란 단어가 많네요. 지독히도 안녕치 못한 2013년을 견뎌왔다는, 새해엔 제발 안녕하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했겠죠. 하지만, 그렇습니다. 안녕엔 엄연히 ...
아듀, 2013제992호 2013년 송년호를 만든다. 착잡함보다는 씁쓸함이 앞선다. ‘벌써 또 한 해가 가는구나’보다는 ‘이제야 1년 지났어?’라는 감정이 먼저 고개를 내민다.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세밑 풍경이다. 나이를 한 살밖에 더 먹지 않았다는 안도감? 이 괴팍한 심리의 근원을 좇아가다보니...
복수를 위해 산으로 가다제992호딸이 사라졌다. 판수언리엔(38)은 급보를 들었다. 마을의 젊은 여자 두 명이 저녁에 1번 국도 근처에서 한국군 해병대원들에게 연행돼 갔다고 했다. 딸 판티수엔(18)과 또래 친구 쩐티수언이었다. 아버지의 심장은 철렁했다. 왜 의심을 샀을까. 별일 없으리라 마음을 진정시켰다. 절대 별일이 없으리라...
상속자들제991호 해마다 이맘때면 으레 ‘트렌드~’ 따위의 제목을 단 보고서나 책들이 쏟아진다. 저무는 한 해를 조용히 되돌아보며 새해 사회 각 분야의 트렌드를 미리 전망하는 내용들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올 한 해 여러 사람 입에 자주 오르내린 단어 가운데 ‘소진사회’(Surviving ...
존명배청의 추억제991호하나. 1592년 임진왜란이 터졌다. 왜는 ‘명을 치러 갈 것이니 길을 틔워달라’(정명가도·征明假道)고 했다. 조선은 이를 거부하고 왜와 싸웠다. 명은 군사를 보내 조선을 도왔다. 둘. 1950년 한국전쟁이 터졌다. 북한은 ‘미제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한 조국해방전쟁’이라고 했다. 한국은 이를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