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월17일 1심 선고 공판 때 모습.사진공동취재단
애초 RO의 ‘단체성’을 입증하는 건 검찰의 목표였다. 하지만 RO의 결성 시기와 북한과의 연계성, 북한 자금 유입 여부 등을 명확히 밝히지 못해 기소하지 못했다. 검찰은 이번 판결 뒤에야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 중이다. 완료되면 추가 기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종합하면, 검찰도 아직 RO의 단체성에 대한 수사를 완료하지 못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재판부는 RO의 일사불란함을 인정하기 위해 모임에서 이 의원의 지시조 발언 등을 언급하고 있다. “지난해 5월10일 모임에서 이석기는 다시 모일 것을 지시했다. 강제성을 띤 ‘그래도 되겠습니까?’라는 발언 외엔 참석자들에게 모임 해산의 양해를 구하는 발언은 없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불과 이틀 후인 일요일 밤에 그대로 참석했다.” 명령조로 말했는데 반발이 없었고, 지시한 대로 이틀 만에 모였으니 일사불란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판결문엔 “홍순석은 조직 차원의 지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마지못해 쫓아가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간부와 총책 간 정세 인식의 불일치가 이 사건 모임 개최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는 부분도 있다. “이석기가 5월12일 모임 강연에서 ‘10일 모임을 긴박하게 취소한 것은 간부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주요 간부들 사이에 이견이 있어 모임을 열었지만 그 뒤에도 의견 통일이 안 됐고, 애써 모인 130여 명의 사람을 해산시킬 만큼 간부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도 내란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일단 50점 깔고 30점 쌓아 내논 판결” 내란음모가 성립하려면 구체적 모의가 있어야 한다. ‘저놈 죽이자’라는 말을 했다 하더라도, 그 말과 관련한 앞뒤 행동을 살펴보고 실행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석기 의원 등이 두 달간 치밀한 사전 준비를 했다고 봤다. 근거는 말뿐이었다. “김아무개는 5월12일 모임에서 ‘부산 국제시장에서 총을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알아보았지만 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상호는 2010년 군사훈련자료를 인용해 경기도 평택에 소재한 유류저장소 벽의 두께와 재질을 언급했다. 또 ‘검토한 바에 의하면 기간시설의 경비가 삼엄하지 않다’거나, ‘검토받은 바에 의하면 화약을 생산하는 곳은 주로 북부에 위치해 있고, 남부에는 2곳밖에 없다’거나, ‘조사한 바에 의하면 무기고나 화학약품이 있는 곳의 주소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으나 실제와 다르다’는 등 마치 사전 조사가 있었던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석기 역시 ‘인터넷 사이트에 보스턴 테러에 쓰인 사제폭탄의 매뉴얼이 게시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발언들은 사전 정보수집 없이 즉석에서 나올 수 없다.” 인터넷 검색으로 알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이런 수준의 언급만으로 내란음모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거세다. 발언을 행동으로 옮기려 했는지도 불분명하다. 공안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의 지적이다. “모아서 보면 구체성이 있는 것 같지만, 개별 시설별로 떼어놓고 보면 각 시설에 대한 타격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진다. 타격 계획이 구체화돼야 위험성이 발생한다. 시설마다 방호체계 등이 있을 텐데 그걸 알아보는 수준은 돼야 한다.” 이석기 의원은 징역 12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 4~7년, 자격정지 4~7년을 선고했다. ㄱ 판사는 “80점에 이르면 유죄를 쓸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RO가 존재한다’는 판단으로 일단 50점을 깔고, 기타 정황으로 그 위에 30점을 쌓아서 내놓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김원철 <한겨레> 법조팀 기자 wonchul@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