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제777호 늦여름 마지막 열기를 토해내던 해가 산 너머로 지며 산 그림자를 드리웠다.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하늘에 달이 떠오르고 길 건너 장터의 전등이 불을 밝히자 눈앞이 온통 캄캄해졌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고 천천히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하얀 꽃 무리. 가산 이효석은 이 꽃 무리를 보고 소설 <메밀...
장애 넘어 얼음판 위를 날다제776호 연기를 마치고 얼음판 위에 선 기형주(11·서울 정수초 4년)군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번쩍 치켜든 뒤 환호성을 질렀다. 긴장한 탓인지 연습 때 보이던 여유로운 웃음은 없었지만, 큰 실수 없이 끝난 데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나머지 참가자들의 순서가 모두 지나기까지 긴장된 30여 분이 흘렀다. 마침내 결과...
그날이 왔으면제776호 남북이 적십자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추석 상봉행사를 9월26일부터 10월1일까지 금강산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8월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방문단 민원실에서 이번 추석 이산가족 상봉 예비후보자 추첨이 진행됐다. 김춘근(85) 할아버지는 ‘이산가족 찾기 신청서’에 혹시라도 잘못 적은...
임 그려 우는 마음, 반도의 눈물제775호 무상이 있는 곳에 영원도 있어 희망이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별이 꺼지고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어찌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가 -고 김남주 시인의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마지막 구절 1994년, 생의 마지막에...
낯선 진료 기기의 공포 ‘식코’는 현실이었다제774호 지난 8월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카운티의 잉글우드시 체육관 앞 주차장. 새벽부터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텐트를 치거나 담요 한 장으로 밤을 새운 사람들이다. LA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멀리 동부에서 달려온 이들도 있다. ‘리모트 에어리어 메디컬 볼런티어’(Remote Ar...
거꾸로 여름제774호 입추는 벌써 지났지만 날씨는 거꾸로 여름으로 가고 있다.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전국을 덮친 8월14일 북한산 계곡을 찾은 청소년들이 흐르는 계곡물을 맞으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그동안 저온 현상으로 선선한 날씨에 익숙해졌던 사람들이 계속되는 폭염주의보에 지쳐가고 있다. 기상청은 당분간 비 소식도 ...
극·적·타·결제773호 쌍용차 사태가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극.적.타.결. 경제 관련 전문가와 정부는 말한다. 공장 점거가 시작된 다음달인 6월에 쌍용차 국내외 매출 217대, 7월에는 내수 판매 71대, 수출 실적은 꽝. 그래서 1만4590대를 생산 못한 초과 손실 1360억원. 노동자들...
자연, 사람, 도시… 즐거운 ‘중구난방’제772호 △ 성남훈 <연화지정> 최근 티베트의 분리 독립 사태로 외국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중국 쓰촨성 서쪽의 간쯔현에는 많은 불(佛)학원이 있다.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젊은이인 이곳의 비구니들은 오늘도 그들의 내면을 불사르고 있다. 언젠가 우리 영혼의 우물이 마를 때, 그들이 불쑥 연꽃 우물...
트랜스포머제772호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 후보 출마를 포기한 7월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마당에서 ‘첨단제품 시연회’가 열렸다. 첨단제품은 이른바 ‘차벽 트럭’에서 변신을 거듭해 탄생하는 ‘접이식 이동 차벽’다. 먼저 트럭의 천장부분이 올라와 지면과 직각을 이…
삶의 향기 가득한 산나물 세상제771호 전남 화순 백아산(810m) 대판골. 백아산 자락 5부 능선에서 정상 부근까지 30만 평의 땅에 200여 가지 산나물이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산나물공원 ‘산채원’이다. 산나물공원에 오면 눈이 즐겁고 입이 즐겁다. 코끝을 간지럽게 하는 산나물 향기에 취해 하염없이 걷다 보니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