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약하지 않다제771호 정치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망각이다. 망각 덕분에 산다. 유권자들이 기억을 잃어버릴 때 그들은 되살아난다. 7월22일, 161인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죽였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양성과 자유로운 소통의 토양을 메말렸다. <동아일보>는 날치기 다음...
손끝으로 빚는 하회탈 30년제770호 “양반은 체면과 허풍입니다. 곧 죽어도 아프다는 말을 안 해요. 그 표정이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탈에 턱끈을 조여매던 김동표(58)씨가 양반탈에 대해 설명했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하회마을 부근에 자리잡은 ‘탈박물관’의 책임자인 김동표씨가 하회탈의 매력에 빠진 것은 1978년....
거리에 서면제770호상대에 대한 긍정과 부정은 종이 한장 차이 아닐까. 도로와 인도의 경계처럼 명확하지만 분명 맞닿아있다는 것을 우리는 틈나면 잊는다. 선조는 이를 ‘역지사지’라 하였다. 지난 7월14일 오후 서울광장 주변에 군집한 300여명이 갑자기 차도로 몰려나왔다. “원주민 쫓아내는 개발악법 철폐하라” “주민 재이주 ...
떠나는 날제769호 마침내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엄수되었습니다. 지난 7월10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이 나라 보혁 갈등처럼 줄지어 퍼붓던 비도 숨을 멎네요. 그가 떠납니다, 그가 떠났습니다. 드라마 보듯 멍하게 첫날밤을 맞고, 에염과 회한으로 일주일을 붙들고, 성찰과 다짐으로 또 몇 주를 보내니 어느새 ...
뙤약볕 뺑뺑이제768호 “굴뚝 위 온도를 섭씨 40도가 넘도록 뜨겁게 달구던 뙤약볕이 지나고 잇따라 폭풍우가 몰아쳤습니다. 지난밤, 그 지난밤 연이어 불어닥친 비바람은, 40일이 넘어 구멍이 뚫리고 삭아버린 비닐을 뚫고 농성장 안으로 들이쳤습니다. 테이프를 붙이고 그 위에 또 붙여도 소용없었습니다. 포기하고 우비를 입었더니 차라...
애도의 물결도 ‘황제’다워라제768호 중성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제 흥에 겨워 넣는 꺾어지는 추임새, 절도 있게 구부러지는 관절,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스텝. 그의 노래는 달콤했고 그의 춤은 황홀했다. 그로 인해 음악은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진화했고, 그의 음악과 춤 속에 백인들도 녹아들었다. ‘팝의 황제’란 칭호가 전혀...
기억하는가, 그 역주를제767호 1950년 12월 한국전쟁 당시 장단역에서 멈춰선 채 반세기 넘게 비무장지대에 방치돼 있던 ‘경의선 증기기관차’가 경기도와 문화재청 주관으로 보존처리 과정을 거친 뒤 6월25일 오후 경기 파주군 임진각에 있는 예전 임진강 철교 입구로 옮겨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 남북 화해 분위...
차는 죽어 고철을 남긴다제766호 거리에 널리고 널린 게 차요, 차는 언젠가 버려질 운명을 지녔으니, 폐차장 주인이야말로 편하게 인생을 살 듯싶지만, 대한민국 어느 한 곳도 빠듯하지 않은 구석은 없나 보다. 불황을 겪고 있기는 폐차장도 예외가 아니다. 한때 kg당 500원까지 올랐던 고철값이 지금은 80원 정도니, 이것저것 다 빼다...
어게인 1966, 어게인 2002제766호 우리의 가슴에 남은시인의 슬로건은 여전히 뜨겁다“조국은 하나다” 그러나 조국의 축구팀은 하나가 아니다한국과 조선, 하나가 아니면 어떠랴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펄쩍펄쩍 뛰며 얼싸안는다면그렇게 박지성의 골이 정대세의 꿈을 돕기를 바란다면 남북 단일기를 눈물로 적셨던환상의 복식조,...
새장 밖 자유를 위하여제765호 “나도 머리가 있는 인간인데, 20여 년 동안 내 자유로는 한 번도 못 나오고 처박혀 살았어. 누구한테 지시 안 받고, 내가 먹고 싶은 거 먹고, 나도 자유롭게 살고 싶어. 우리가 그렇게 살고 싶다는데, 왜 못하게 해? 우리가 죄인이야?” (주기옥·63·시설생활 21년)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