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거장은 클래식 기타입니다제747호 #1. 1월8일 저녁 7시13분 서울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미끄러져 들어온 지하철이 토해낸 승객들은 갑작스런 한기에 흠칫 놀라며 개찰구로 향한다. 이때를 놓칠세라 초보 ‘예술가’ 임현석(22)씨가 자신의 첫 거리 기타 연주를 시작한다. 감미로운 클래식 기타 소리에 잠시 고개를 돌렸...
빛나는 졸업장을 당신께제747호 지난해 10월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파면된 윤여강 전 교사가 지난 2월6일 오전 담임을 맡았던 서울 광양중학교 3학년 1반 교실에서 교탁 앞으로 걸어나온 박재혁(15)군을 꼭 끌어안았다. 박군도 선생님을 부둥켜안았다. 윤 전 교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는 “여자애들은 많이 안아봤어도 ...
가림막의 진실제746호 어느 날 우리 동네에 높은 장벽이 생겼다. 흔히 재개발 지역에서 ‘가림막’이라 불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철제 파이프 골조를 세우고 두꺼운 천으로 포장한다. 그리고 철거가 끝나면 그 자리에 철제 벽을 세운다. 동네 주민들이나 지나가는 이들은 가림막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가림막 안으...
긴 연휴제746호 2009년 1월30일 인천 서부공단의 한 주물공장. 설 연휴가 3일이나 지났지만 이곳 일터는 아직도 문을 열지 않았다. 인근 공장 사람들에 따르면, 2월2일이나 돼야 출근할 거라고 한다. 최근의 경기침체로 일감이 없어 별수 없이 설 연휴를 늘린 공장들이 올해 부쩍 많아졌다. 이날 통계청의...
달팽이들 장보는 날제745호 마트에 갔다. 가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천지다. 어떤 사람들에겐 쉬운 장보기지만, 지적장애인들에겐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지적장애 아동을 둔 부모들은 쉽게 시도하지 않으려 한다. 자원봉사자들과 선생님이 옆에서 도와주지만 예산에 맞게 장을 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처음엔 에스컬레이터도 타지 않으...
꼭!제745호 무릎 위에 올려놓은 주먹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갑니다. “주먹을 너무 꽉 쥐지 마세요. 긴장한 것처럼 보입니다.” 강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실제 면접을 보는 것도 아닌데, 강의를 듣는 취업 희망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묻어나네요. 1월16일 경기 과천시 한국마사회 신관에서...
졸업사진제744호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해임 통보를 받은 7명의 교사와 학생들이 모였다. 지난 1월9일 오전 경기 가평 두밀수련원에서 열린 ‘고양이캠프’에서다. 일부 학교는 이 캠프에 ‘학교장 승인 없이 참여하지 말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과 문자메시지를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가정통신문에는 “학생들 스…
“장맛의 오묘함은 자연의 섭리”제743호 “친정에 온 딸에게 푹 퍼주고 싶은 된장이죠.” 맨손으로 메주를 만들고 있던 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전북 진안군 부귀면에서 전통 방식으로 된장을 만들고 있는 임숙재(51)씨. 막걸리 만드는 주조장 운영을 그만두고 벌써 12년째 된장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다. “발효 ...
바다에 던져버려 잊어버리자제743호 ‘배트맨’도 겨울 바다의 차가움에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새해 첫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의 잉글리시 베이에서 열린 ‘북극곰 수영대회’(Polar Bear Swim)에 갖가지 이색적인 복장으로 나온 참가자들이 차가운 얼음 바다에 몸을 던졌다. 비록 금세 뛰쳐나오긴 했지만 ‘극...
차라리 없‘소’제742호 송아지 200여 마리가 먹이를 찾는 소리로 시끄러워야 할 축사를 매서운 겨울 칼바람 소리가 채운다. 12월25일, 빈 땅을 고르던 곽근원(47)씨는 “빈 축사를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곽씨는 육우 사육농이다. 국내산 홀스타인 수송아지를 사와 식육용으로 키워 판다.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