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싸움제737호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영상 10도 언저리의 온도가 영하 10도로 내려갔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첫눈이 찾아왔다. ‘대설’이라는 이름으로다. 지난 11월19일 대설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전북 부안에는 20cm가 넘는 눈이 내렸다. 부안여자중학교 운동장에서 눈싸움을 하며 즐거워하는 여학생들은 ...
다시 이사제736호 다시, 짐을 꾸린다. 큰 기대는 하지도 않는다. 그저, 총성이 없는 곳이라면…. 보잘것없는 피난 보따리 손에 쥐고 머리에 이고, 떠난다, 아무 미련 없이. 언제 다시 볼지 모를 고향 땅 뒤로한 채, 살기 위해. 퀭한 눈,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콩고민주공화국(DRC)에 다시...
아빠는 이랜드로 못 돌아가지만…제736호낡은 신문 한 장을 읽는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해 6월30일. 이랜드 그룹이 계산 업무를 외주화하며 계약 해지를 한 데 맞서 비정규직 ‘아줌마 조합원’들이 홈에버 서울 상암점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애초 1박2일 계획이었다. 조합원들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나갈 수 없다”며 20일을 ...
입동제735호 겨울을 앞두고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에 살고 있는 기정남(78) 할머니는 걱정이 크다. 주변 복지단체의 기증으로 좁은 광에 쌓아두었던 연탄도 다 때고 이제 남은 건 50여 장, 한 달도 버티기 힘든 양이다. 산동네인 이곳은 배달이 힘든 탓에 연탄값도 다른 곳에 비해 장당 100원가량 더 ...
섬진강의 마지막 줄배제735호 강을 가로질러 줄을 놓고 건너가는 줄배라서 사공도 없다. 주인도 없다. 그저 아쉬운 사람이 배에 몸을 싣고 줄을 당겨 건너면 된다. 배가 강 건너에 있어도 걱정이 없다. 배에 매어놓은 삼줄을 당기면 이편으로 온다. 전남 곡성군 고달면 호곡리. 남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에 딱 하나 남은 줄배나루...
‘공포의 10월’ 세계는 하나제734호 ‘위 아 더 월드.’ 금융위기가 세계를 하나로 만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한숨이 쿠알라룸푸르 객장의 망연자실로 이어진다. 쿠웨이트 시티의 충격은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로 번져간다. 무한질주를 거듭해온 금융자본의 세계화, 그 파국이 지구촌을 전례 없이 가깝게 만들었다. 속절없이 ...
철새의 먹물짓제734호 지난 10월30일 오후 충남 서산시 천수만 서산간척지 내 간월호 주변. 벼베기가 끝난 드넓은 들판에 수만 마리 철새들이 한가롭게 먹이를 쪼아대고 있었다. 농로에 들어서자 ‘꽥꽥’ 하는 울음과 함께 가창오리떼가 날아올라 순식간에 하늘을 새까맣게 덮었다. 공중에 거대한 띠를 만들고 역동적으로 흩어졌다, 모였...
20대 산골 이장님의 영그는 꿈제733호 1979년생이니 올해 29살. 집배원이 하루 늦은 신문을 배달하고 환갑 지난 노인들이 대부분인 산골에서 구릿빛 얼굴의 청년 하문상씨는 마을 이장이다. 경북 문경시 동로면 간송1리. 장독대에 떨어져 주황빛 속을 드러낸 홍시, 추수 끝난 논에서 낙수를 줍는 농부, 깨알을 떤 깻단을 태우는 할머니…...
식사 준비제733호 오전 내내 오락가락하던 가을비가 그치고 드러난 구름 위 파란 하늘과 투명하게 비추는 햇살 때문일까. 길가에 놓인 조각가의 작품을 조리대 삼아 요리를 하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누이들과 동네 골목길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하던 어릴 적 소꿉놀이가 떠오른다. 두 여성 뒤로 보이는 깃발만 아니라면 추억 속 ...
보조금이 쓰일 곳제732호 풍년이 들어도 흉년이 들어도 농민들의 삶은 고달프다. 올해 배추 농사는 풍작이다. 그러나 배추 공급이 넘쳐나자 농협과 출하 계약을 맺은 농민들은 가격 조절을 위해 배추를 폐기 처분하고 있다. 농협에서 생산비를 최대한 보조해준다고 하지만, 실제 10포기당 생산비는 2천원인 반면 농협이 보조해주는 비용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