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교시는 눈싸움제742호 지난 12월24일 강원 양양군 강현초등학교 3·4학년 교사와 20명의 아이들은 4교시 수업을 운동장에서 했다. “아이들이랑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러 나왔어요. 온 세상이 다 하얗네요.” 4학년 담임 최지선 교사의 말이다. “추운 사람은 들어가서 난로불 쫴.” ...
행심클로스가 간다제741호 “딸랑~ 딸랑~.” 구세군 자선냄비가 거리에 내걸리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찬 공기 속에 울려퍼진다. 각종 송년 모임과 한 해를 마무리할 생각으로 몸도 마음도 바빠지는 12월이면 유난히 마음이 춥고 쓸쓸한 사람들이 있다. 시력을 잃은 엄마와 외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10살 주안이, 낯가림이 심한 장애인 쉼터...
잔혹한 출근제741호12월19일 오전 11시, 서울 은평구 구산초등학교 앞. 정상용(42) 선생님은 굳게 닫힌 교문 앞에 섰다. 바람이 찼다. 교문은 정씨가 학교 가는 것을 가로막는 쇠창살 같았다. 교문 너머에는 6학년 8반 아이들이 체육 수업을 하고 있었다. 사흘 전까지 정씨가 가르치던 반 아이들이다. ...
동트지 않는 노동의 새벽제740호 “추운데 뭐할라구 나온겨?” “불 쬐러 나왔제.” “일감이 없어 죽을 맛이야. 처자식 다 굶기게 생겼어.” 지난 12월10일 새벽 4시50분 경기 안산시 원곡동 안산역 옆 인력시장.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새 20여 명. 공사현장에서 ...
16원이란다제740호 원-엔 환율이 급등해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12월11일 서울 명동의 한 안경점이 안경을 구입하려는 일본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환율 상승(원화 약세) 탓에 지난 10월 관광수지는 7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침체로 들어오는 관광객 수도 꾸준...
3대의 손끝에서 숙성된 술맛제739호 충북 진천군 세왕주조(옛 덕산양조)는 한국 근대 주조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일본 사람이 설계해 1929년에 짓기 시작한 양조장은 이듬해에 완공됐다. 이규행(47) 사장의 말에 따르면, 서향으로 난 정문과 그 앞의 측백나무가 한여름 열기를 막아 건물을 시원한 상태로 유지해준다고 한다. 백두...
떠나는 형님제739호 방금 전까지 몸을 밀치며 질문 공세를 퍼붓던 기자들은 물리쳤다. 하지만 유리창에 비친 그의 표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서울구치소로 출발하기 직전 몇 초 동안,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집에 두고 온 가족? 동생에 대한 미안함? 구치소 생활에 대한 불안감? 무표정한 ...
링 위에 살다제738호 ‘서른다섯, 삶은 다시 시작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 사는 캐리 심슨, 올해 꼭 서른다섯이다. 1999년 결혼해 채 1년이 안 돼 딸을 얻었다. 행복은 길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남편과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술을 마셨다. 뭐가 문제일까? 또 한잔 마셨다....
뭄바이 최후의 날제738호 눈먼 총알이 허공을 갈라, 이윽고 무참한 살육이 거리를 덮쳤다. 인도 최대 산업도시 뭄바이의 오늘에서 고대 도시 폼페이의 종말을 떠올린다. 우리는 지금, 문명의 시대를 살고 있는가. 증오의 총탄과 야만의 수류탄이 휩쓸고 간 도심, 뚝뚝 피를 묻힌 육신의 일부가 사방에 나뒹군다. 1360만여 ...
푸른 가을 묻어나는 내 마음의 스틱제737호 “중증장애인 활동가 K는 언제나처럼 지하철을 타고 센터 사무실로 출근한다. 그가 다니는 센터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고 지하철로는 약 1시간 거리다. 오전 10시30분까지는 센터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활동보조인이 매일 아침 7시까지 집에 와야 한다. 그가 오면 일어나서 씻고 옷을 입는 등 출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