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닌 실제 ‘슬럼독’제752호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휩쓴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그 무대는 인도의 최대 도시이자 금융 중심지인 뭄바이 외곽의 빈민가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그곳 슬럼에 ‘버려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나무판을 둘러 집의 안과 밖을 구별해놓은 판잣집 앞에는 쓰레기가...
장태평 스타일제752호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가운데)의 옷차림은 난해했다. 앙드레김 선생님의 어법을 빌리면 ‘엘레그앙쓰’한 와이셔츠에 ‘빤따스&#46945;’한 넥타이를 맨 뒤, 느닷없이 ‘잠바때기’를 뒤집어쓴 모양새다. 앞뒤가 안 맞는 ‘장태평 스타일’이 스스로도 멋쩍었던 것일까. 3월10일 국무회의 ...
새 출발, 환한 웃음제751호3월이다. 해는 이미 오래전에 바뀌었지만, 학생들이 새 학기를 맞고 파릇파릇한 새내기들이 입학하는 3월이면 “아,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나의 하루하루는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은 지루함의 연속이지만, 새 출발을 하는 이들의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며 설렌다. 10년 전, ...
배신제751호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죄가 있든 없든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에 답하지 않는...
쉿! 봄이 온다제750호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선 아침저녁으로 여전히 쌀쌀함을 느끼지만 남녘 땅엔 봄기운이 완연하다. 강가에 내리쬐는 햇살에 성미 급한 매화꽃이 얼굴을 내민다. 수확을 앞둔 마늘밭을 어루만지는 농부의 손끝에 이는 바람에도 찬 기운이 없다. 남해를 마주 보는 경남 남해와 섬진강이 휘감기는 전남 광양에 내려앉은 봄소...
아이들이 자란다제750호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외곽. 나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산자락에 땅빛을 닮은 집들이 즐비하다. 그 아래 저만치 낮은 곳에 죽은 자들의 거처가 자리를 잡고 있다. 봉분이 있을 리 없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다. 그저 돌판 한 조각에 모진 생의 기록을 담은 채, 말없이 고요하게 ...
지갑의 굴욕제749호 ‘실업은 굴욕이다.’ 지구촌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탐욕의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실업의 세계화다. 일자리를 잃으면 자존감도 사라진다. 탐욕의 세계화는 굴욕의 세계화다. ‘세계의 공장’도 위기를 비껴가지 못했다. 중국 고도성장의 뒤안길을 떠받쳐온 농촌 출신 이주노동자(...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제749호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관이 2월20일 서울 명동성당 앞 마당에서 운구차에 실리고 있습니다. 성당에 모인 많은 신도와 시민들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큰어른’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김 추기경은 이날 경기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 성직자 묘역에 잠들었습니다. 평생 낮은 곳에 있는...
물 없는 한 달제748호 “수압이 약해 안 나와요. 빨래는 몬하제, 쌀이나 씻고…. 여기 들어온 지 38년 됐는데 처음이래요. 딸내미가 지금 어린이집에 다녀요. 저녁에 씻고 들어와요, 물 긷는거 힘들다고…. 물 때문에 곤란해요. 물 안 나온 지 한 달 됐어요.” 지난 2월10일 오후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에서 만난 ...
안갯속제748호 2월11일 오후 서울 남산 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안개에 휩싸여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뿌옇다. 전망대 유리창에 붙은 글자는 북한의 신의주가 360여km 떨어져 있다고 알리고 있다. 2월 들어 초봄처럼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고 서울에서는 하루 종일 안개가 걷히지 않는 날들이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