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찬바람 탓이다제729호 선선한 바람이 반갑다. 그리워하던 옛 연인과 재회라도 한 것처럼 가슴이 뛴다. 가을이라도 타는 건가? 아니, 솔직해지자. 가을에 대한 애착은 고상한 감상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더위에 약한 내가 가을을 갈구하는 건 순전히 생존을 위한 동물적 본능의 발로다. 지구온난화를 실감하게 만든 이번 늦더위가 조금만 더 지…
[컬처타임] 낡은 자전거가 부르는 노래제729호 노리단(noridan)이 논버벌 뮤직 퍼포먼스 <핑팽퐁, 네 심장을 두드려봐!>를 10월15일 저녁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핑팽퐁…>은 쉽게 버려지고 잊혀지는 물건을 재활용해 악기를 개발하는 노리단의 철학을 담은 작품이다....
[출판] 제3부문이 괴물을 먹는다제729호 또 우석훈이다. 로 시작된 ‘한국 경제 대안 시리즈’의 네 번째 권, 시리즈의 완결편 <괴물의 탄생>(개마고원 펴냄)이 나왔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시리즈의 앞쪽 세 권은 가 윤리적 경고인 에토스, <조직의 재발견>은 최소한의 이성과 합리성인 로고스, <촌놈들의...
[새책] <악의 쾌락-변태에 대하여> 외제729호 악의 쾌락-변태에 대하여 엘리자베트 루디네스코 지음, 문신원 옮김, 에코의서재(02-6365-6969) 펴냄, 1만3500원 프랑스의 정신분석가이자 역사학자인 저자가 ‘도착행위’를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정신분석학적 해석의 문제를 제기한다. 도착행위가 맨처음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선생에게 시작은 호흡 같은 것인가제729호 고은 선생이 등단 50주년 기념 시집 <허공>(창비)을 출간했다. 나는 선생이 1970~80년대 민주화의 현장에서 해낸 일들과 50여 년 동안 한국문학사에 남긴 업적에 고개를 숙인다. 이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자체가 불경이다. 한국문학은 고은 문학에 끝내 다 갚지 ...
[인권OTL] 8월보다 뜨거운 9월제728호 전세계 장애인 선수들의 축제인 제13회 베이징패럴림픽이 ‘초월, 융합, 공존’의 모토 아래 9월6일부터 17일까지 12일간 열렸다. 올림픽이 끝난 뒤 우리의 관심도 엷어진 패럴림픽. 하지만 140여 개국 7천여 명의 장애인 선수들은 육체의 한계를 아랑곳하지 않는 뛰어난 경기력을 발휘하며 열전...
[인권OTL] “형, 뒤쪽 뒤쪽, 달려 달려!”제728호 “재식이형 6m, 6m에. 좋아, 좋아. 그대로. 어! 왼쪽, 왼쪽으로 온다.” 지난 9월13일 오후 1시께 중국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시각축구 경기가 열린 올림픽 그린 하키경기장에 조우현(23) 골키퍼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날 상대는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 상대편 공격수인...
궁예, 불교국가의 이루지 못한 꿈제728호 “역사는 승자의 것.” 진부한 이야기지만, 아쉽게도 맞는 말이다. 신라에 패한 고구려·백제처럼 당대 외국 사서에 소략하게라도 기록이 남는다면 다행이지만, 승자의 기록에만 남게 된 패자라면 이는 비극 중의 비극이다. 예컨대 남한이 북한에 무력통일을 당해 남한 자체의 기록과 남한에 대한 외국 기록들이 다 없어...
[레드 기획] 건축가, 건물 숲에서 길을 잃다제728호 건축무한욕망의 비밀 건축가는 예술품을 만드는 작가인가, 건설회사에 기생하는 설계 하청업자인가. 최근 문화판을 들끓게 만들었던 서울시청 청사 철거 리모델링 논란을 지켜보며 문화동네에서 이런 물음들이 터져나왔다. 문화재청과 서울시청의 입씨름판 뒤켠에서, 정작 신청사 설계의 주역이던...
부산에서 세상 첫 관객이 된다제728호 무려 315편이다. 그중 월드 프리미어가 85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가 48편이다. 쉽게 말해 세계에서 내가 첫 번째 관객이 될 수 있는 영화가 85편, 자국에서의 상영을 제외하고 세상에 첫 공개되는 영화가 48편이다. ‘몇 번째로 상영하는 것이 뭐가 그리 대수야?’라며 심드렁하게 묻는 이들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