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베고 한잠 자”제732호 위로가 필요하다. 누군가 따뜻한 손으로 내 어깨를 두드리거나 머리를 쓰다듬어줬으면 좋겠다. 내 마음속 깊은 얘기를 토 하나 달지 않고 끝까지 들어줘 털끝만큼의 앙금까지도 휘발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싫으면 팔이라도 쓱 내놓으며 “베고 한잠 자” 하면 좋겠다.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내게 따뜻한 …
아내가 결혼한 게 뭐가 놀랍나제732호 레알 마드리드의 광팬인 남자와 FC 바르셀로나의 광팬인 여자가 만났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창의적인 플레이” “헌신적인 어시스트”를 경유해 사랑에 골인한다. 하지만 여자는 늘 여유로운 표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고 말하고, 남자는 그녀가 “나만을 사랑하는지, 아니면 나‘도’ …
MSG는 자연물질이잖아?제732호 ‘좀 길쭉한 모양의 백색 불투명 결정. 몸에 들어가면 신경세포를 손상시킴. 알레르기와 비만의 원인일 수 있고, 암과도 관련이 있음. 성장기 아이들은 특히 주의할 것. 임산부도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음.’ 이 물질에 대해 여기저기 보고돼 있는 내용들을 써보면 대략 이렇다. 일단 무시무시한 물질이란 생각...
디시갤의 시트콤 진출 선언인가?제732호 요즘 TV에 그분이 너무 안 와주신다. 홈쇼핑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지름신 말고, 막힌 가슴 빵빵 터뜨려주는 웃음신 말이다. 방송 3사의 개그 프로그램 삼국지는 졸렬해진 지 오래고, 재능 많은 개그맨들을 앞다퉈 빼간 버라이어티쇼는 야생에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 그래, 이런 난국일수록 제대로 된 그분...
캔디 대신 게이를제732호 드디어 새벽(윤아)이가 호세(박재정)의 아버지에게 예쁨을 받기 시작했다. 호세 어머니는 아직 둘의 결혼을 반대하지만 머지않아 새벽의 진심을 깨닫고 마음을 돌릴 것이다. 한국방송 <너는 내 운명>을 포함해 모든 일일 드라마의 운명은 그런 법이다. 가난은 기본에 오갈 데마저 없는 신세는 옵션...
스캣의 안마를 받다제732호 정권이 뻘짓을 할수록 더 바빠지는 내 일의 속성상 요사이 야근이 잦다. 얼마 전엔 뭉친 뒷목과 어깨를 주물러주는 안마기를 샀다. 처음엔 별 기대 안 했는데, 이젠 에디슨의 전구 못잖은 대단한 발명품이라며 감탄하는 중이다.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아침마다 영양제도 꼭꼭 챙겨먹는다. 어젠 끼니도 거르고 늦게...
[컬처타임] <밤은 온전히 우리 것이오> 외제732호 광장의 저녁을 여자들이 점령한다. 2008년 10월22일 수요일 저녁 6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여자들을 위한 복작이는 행사들이 열린다. 저녁 9시30분을 넘어 밤까지 그들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제5회 여성 전용 파티 ‘Go! Go! 安안全전...
불현듯 주위를 둘러보라제732호 “…불도저라는 별명을 자랑스런 작위처럼 여기지만/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는 자들의 작위다/ 위험이 빤한 곳, 죽음이 빤한 곳에/ 비용 대신, 시간 대신 사람들을 밀어넣은 자에게 주는 작위였다.”(‘치욕’ 중에서) 시인이 ‘치욕’에 몸을 떤다. 푸르디푸르던 젊은 시절 몽땅 앗아간 “무...
[새책] <습지와 인간> 외제732호 〈습지와 인간〉 김훤주 지음, 산지니(051-504-7070) 펴냄, 1만5천원 람사르 총회가 열리는 경남 창녕이 고향인 저자가 돌아본 습지 보고서. 저자는 어린 시절 우포늪을 어르신들이 ‘소벌’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 창산다리에서 시작해야 제대로 된 소벌 둘러보기를 할 수 있다...
노래하는 밤의 노래들제732호 김연수의 새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문학과지성사, 2008)를 폭풍우에 떠내려가듯 읽었다. 강렬한 여운에 오래 갇혀 있고 싶었다. 시집을 들춰보기가 싫어졌다. 신간 시집 읽기를 포기하고, 소설에서 스치듯 언급된 시 한 편을 확인하기 위해 옛 시집을 편다. “내 친구는 낡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