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공을 바치면 속국이다?제731호 “큰 나라도 한 나라고 작은 나라도 한 나라인 것이다. 나라 위에 나라가 없고, 나라 아래에도 또한 나라가 없다. 모든 나라들의 권리는 피차 동등하다.” <서유견문>(1895)의 이 구절은 한국인에게 완전히 새로운 국제질서의 도래를 알렸다. 강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원칙...
신의 물방울제731호 호모사피엔스 키키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먹을 것을 찾아 숲 속으로 들어갔다. 행여 돌도끼로 잡을 수 있는 작은 짐승이라도 걸리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늘도 나무 열매로 온 식구가 배를 채워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한나절을 쏘아다녀도 키키의 보잘것없는 사냥 도구에 잡힐 짐승은 한 마리도 만나지 못했다. …
황혼 무렵에 미인이 있답니다제730호 성을 매개로 한 유흥문화는 도시 뒷골목 문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봉건사회와 근대사회를 가릴 것 없이 도시가 형성된 곳에서는 성의 문화가 활개를 친다. 조건에 따라 음지에서 암약하기도 하고 아예 양지로 나와서 활동하기도 한다. 이들이 지하경제와 도시풍속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결…
[레드 기획] 추억을 팝니다, 설렘을 사세요제730호헌책의 새로운 기억 존 맥스웰 해밀턴은 <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에서 다음과 같이 쓴다. “새 책이 더 많이 나올수록 서점에서 다룰 수 있는 새 책의 권수는 줄어든다. 얼른 팔려나가지 않는 책은 다른 책들의 물결에 밀려 출판사로 반품된다. …그리하여 오늘날 책의 유통기한은 ...
[레드 기획] 헌책을 애타게 찾아서제730호 블로거 ‘회색연필’은 8월 초 5권의 책을 한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샀다. 온라인 중고책 사이트에 갈 때마다 늘 검색하는 판타지 소설 영어 원서 <라이온 보이> 퍼핀북스판이 이날 딱 걸렸다. <라이온 보이>는 판권이 퍼핀북스에서 펭귄북스로 넘어갔다. 그 뒤 국내에는 퍼핀...
죽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려는가제730호 김기덕의 열네 번째 작품인 <숨>이 공개됐을 때, 영화에 대한 평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한편에서는 김기덕이 치유와 화해를 말하기 시작했다고 안도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가 더욱 무시무시한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고 우려했다. 사람들은 이 작품이 김기덕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는 ...
열기탱천 ‘오빠’제730호 언제부턴가 연예인들이 더 이상 ‘오빠’가 아니게 되었다. 한때는 나에게도 ‘강타 오빠’와 ‘에릭 오빠’가 있었고, 동갑인 연예인 누가 수시 모집으로 대학에 합격했다며 교실이 떠들썩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세상의 ‘오빠’들이 내 과외 학생뻘로, 사촌동생뻘로, 혹은 조카뻘로 어려지는 것은 이상하게도 순식간이었…
거꾸로 바벨탑 이야기제730호 “저들은 한 민족이며 하나의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저들이 이런 일을 시작하였으니 앞으로 마음만 먹으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자, 우리가 가서 저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잘 아는 대로 성서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다. 사람들은 하늘에까지 닿을 ...
[새책] <사회적 공통자본> 외제730호 <사회적 공통자본> 우자와 히로후미 지음, 이병천 옮김, 필맥(02-392-4491) 펴냄, 1만원 저자는 1970년대 초 ‘사회적 공통자본’이란 개념을 제시하고 이에 근거한 사회적 대안을 모색해왔다. 기본 개념은 단순하다. 사적으로 관리되는 자본...
멜라민만 걱정하는가제730호 이 정도라면 우는 아이도 그치게 하는 ‘현대판 곶감’이라 할 만하지 않을까. 멜라민 말이다. 지난달 중순께 중국에서 첫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강 건너 불이려니 했다. 그러나 그 불이 서해바다를 건너더니 우리나라도 활활 불태우고 있다. 이제 멜라민 얘기 없이는 대화가 안 될 지경이다. 유치원생조차 대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