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은 ‘여자 신윤복’을 어찌 볼꼬제735호 풍속화의 거장 혜원 신윤복(18세기말~19세기초)은 오늘날로 치면 해군 장교 출신이다. 20세기초 화가 인명록 <근역서화징>에는 그가 수군 첨사 벼슬을 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지방의 해안가 포구에서 수군 병사들을 감독·훈련하던 하급 무관이다. 군대 막사에서 필력을 묵히...
‘컨트롤’을 잃다제735호 기어이 땡땡이를 치고야 말았다. “난… 점심시간을 좀 오래 썼을 뿐이고~”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인정한다. 오전 10시50분부터 2시간여 사라진 건 분명 땡땡이에 더 가깝다는 걸. 전날 이언 커티스의 전기영화 <컨트롤> 상영 소식을 접한 게 발단이었다. 전설적인 포스트펑...
자신은 자신에게 이방인이다제735호 권불십년 반증이런가. 김어준(40)씨가 1998년 7월 <딴지일보>를 창간하며 서른 살 총수에 앉은 지 10년. 그는 모순과 비리, 몰상식이 있는 곳이면 어디로든 ‘똥침’을 벼리고 겨눴다. 보는 이들은 포복절도했고 맞은 이들은 낮게 포복했다. 그새 이름값 불렸으되 살집도 ...
[새책] <고우영 이야기> 외제735호 <고우영 이야기> 고우영 등 지음, 씨네21북스(02-6377-0538) 펴냄, 1만5천원 지난 8월 미술관에서 최초로 열린 만화가 전시, ‘고우영 만화: 네버 엔딩 스토리’ 전시회와 동시에 진행된 출판 프로젝트의 결과물. 23년간 ...
백문이 불여일청제735호 오늘은 시 말고 노랫말을 읽자. 언젠가 한번은 그러려고 했다. 시의 본적(本籍)은 노래니까. 본래 노랫말이었으나 노래와 분리되어 떨어져나오면서 지금처럼 눈으로 읽는 시가 되었다. 그러니 시와 노랫말은 여전히 은밀한 혈족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시라는 ‘제도’가 아니라 ‘시적인 것’ 그 자체...
마시자, 건강을 위하여?제735호 오랜만에 친구들과 둘러앉아 삼겹살에 소주잔을 기울이거나 직장에서 회식이라도 하게 되면 으레 이런저런 건배사들이 나오게 마련이다. 요즘에는 “건배!”라는 고전적이고 교과서적인 건배사는 그리 인기를 못 얻고 있고, 그 술자리를 있게 한 인연이나 동일성에 부합하는, 또는 세태를 반영하는 재치 있는 건배사를 ...
[컬처타임]<입장료 무료, 영화로 단결하라> 외제735호 ‘노동자 계급, 지금 무엇이 문제인가?’ 이것은 토론회 제목이 아니라 영화제 슬로건이다. 서울국제노동영화제가 11월13~16일 서울 인디스페이스를 시작으로 15~16일 경기 수원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 29~30일 대전 아트시네마 등에서 열린다. 부족한 재정과 싸우며 노동의 진실을 전해온 ...
찌불은 혼불처럼 붕어를 거두다제734호숯골지의 황혼 바람이 분다. 휑하니 몸을 훑고 지나간다. 스산하다. 남녘에 부는 이 바람도 이제 가을임을 아는 게다. 새로운 탄생에 대한 갈망을 일깨우는 봄바람과 달리 가을바람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다. 거친 욕망 뒤의 배출, 혹은 무엇인가 생산을 마친 뒤의 허탈함이랄까. 바람, 제 탓이...
통일신라 시대에 ‘우리’란제734호 “우리 민족은 반만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단일민족 국가로서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고등학교 국사> 2002, 13쪽) 고교에서 ‘국사’를 배워본 사람이라면 이 문구를 기억할 것이다. 국내 외국인 인구가 벌써 2%나 넘었기에 적어도 현재에 대해...
여자 신윤복의 젠더 게임제734호 SBS <바람의 화원>은 흥미로운 드라마다. 이정명의 동명 소설을 옮긴 이 작품은 ‘신윤복이 여자였고 김홍도와 연인이었다’는 가설로부터 출발하는데다 주연 배우로 문근영(신윤복)과 박신양(김홍도)이 캐스팅되며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사람들은 문근영의 드라마 연기를 기대하는 동시에 두 사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