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보내 죽어 맞이한 아들아제740호 1994년 화랑대. 목련이 손수건처럼 흩날리던 봄, 시인 김초혜씨는 육군사관생도들 앞에 섰다. 소설가 조정래씨와 결혼해 낳은 외아들을 막 군대에 보낸 참이었다. 단아한 차림으로 그는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군인’들이 왠지 무서워, 강의 제안을 받고도 쉬 결정을 못 내렸다고. 그런데 아들이 입대하고 난 ...
[새책] <몰락의 에티카> 외제740호 <몰락의 에티카> 신형철 지음, 문학동네(031-9553561) 펴냄, 1만8천원 ‘시 읽어주는 남자’ 신형철의 첫 평론집. 4년 동안 모은 글은 700쪽을 넘는다. 제목은 이렇게 나왔다. “온 세계가 성공을 말할 때 문학은 몰락을 선택한 ...
소설 읽을 때는 혼자였네제740호 한마디로 취향의 개척자라 불릴 만한 선배가 있었다. 그는 삼십대 중반까지는 모든 종류의 록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재즈로 넘어갔다. 모은 CD만 해도 몇천 장은 될 것이다. 근간에 전해 듣기로는 바로크음악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음악뿐만이 아니다. 그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중 영화를 가장 많이 ...
[컬처타임] <나 스폰지 출신 영화야!> 외제740호 영화관을 운영하는 영화사 스폰지하우스의 연말 영화제 ‘메모리즈 오브 스폰지(Memories of Sponge) 2008’이 12월18~31일 스폰지하우스 광화문, 압구정에서 열린다. 스폰지만의 색깔을 담은 영화들을 제작하고 수입해온 2008년의 영화들을 모아 상영하는...
산울림과 하얀거탑 사이제740호 김창완, 하면 뭘 먼저 떠올리느냐에 따라 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내 경우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드라마 <하얀 거탑>의 냉혹한 대학병원 부원장이다. 푸근한 이웃 아저씨의 상징 같은 동그란 안경을 벗어던지고 삐딱하게 치켜뜬 눈으로 노려볼 때면, 정말이지, 오싹해진다. 이런 모습...
새해엔 호~박 드세요제740호 내년엔 무슨 색이 유행할까? 미모사꽃을 주목해야겠다. 미국 팬톤컬러연구소는 미모사꽃의 노란색을 내년의 색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금융위기가 빚은 지구촌의 암울한 분위기를 노란 꽃색의 힘으로 밝게 바꿔보자는 것이 연구소의 바람이다. 색은 묵묵하지만 우리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식생활에서도 색은 ...
마이크 든 연예인들, 단단해지다제739호 연예인 발언 시대, 온 에어! 최근 연예인들의 사회적 발언이 잦아지고 있다. 고 최진실의 경우처럼 사회적으로 양성평등과 친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도 하고, 옥소리의 경우처럼 간통죄에 대한 논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때로는 문근영처럼 본의 아니게 기부활동에 대한 음모론으로 ‘연예인의 기부활동과 정치...
횡재를 포기하다제739호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일확천금의 꿈이 오락가락한다. 경제가 극심하게 어려워진 최근에 로또를 구입하는 수효가 늘었다는 통계가 나온 것을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벼랑에 몰린 사람이나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한 번에 목돈을, 그것도 힘들이지 않고 손에 쥐는 환상…
드디어 노래한다, 라라라~제739호 문화방송이 새롭게 선보인 <음악여행 라라라>(이하 <라라라>)에 대한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11월26일 첫 전파를 타자마자 인터넷에선 뜨거운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거기엔 나도 한몫 보탰다. 방송을 본 직후 하고 싶은 말이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새벽 ...
다섯 살 인어의 사랑 이야기제739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신작 <벼랑 위의 포뇨>(이하 <포뇨>)로 돌아왔다. <포뇨>는 사랑에 대한 영화이자 사랑스런 애니메이션이다. 노년의 거장은 더 이상 소년과 소녀에게 가혹한 시련을 주고 세계를 구하는 무거운 임무를 부과하지 않는다. 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