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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산울림과 하얀거탑 사이

[서정민의 뮤직박스 올드 & ] ‘김창완 밴드’의 <더 해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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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7 11:37 수정 : 2008-1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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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밴드’의 <더 해피스트>
김창완, 하면 뭘 먼저 떠올리느냐에 따라 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내 경우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드라마 <하얀 거탑>의 냉혹한 대학병원 부원장이다. 푸근한 이웃 아저씨의 상징 같은 동그란 안경을 벗어던지고 삐딱하게 치켜뜬 눈으로 노려볼 때면, 정말이지, 오싹해진다. 이런 모습을 떠올리는 나는, 그렇다면 신세대?

좀더 생각해보자. <안녕>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박중훈·강수연 주연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에서 보물섬(김세준)이 죽었을 때 흘러나오던 그 노래에 눈물깨나 쏟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김창완은 밴드 ‘산울림’의 리더다. 1977년 <아니 벌써>로 데뷔한 이래 13집(1997)까지 낸 한국 록 역사의 산증인.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가지 마오> <회상> <너의 의미> 등 다 늘어놓기도 힘든 히트곡에다 동요 <개구장이> <산할아버지>까지 줄줄이 따라 부르는 나는, 알고 보면 구세대?

김창완은 이런 구분법을 무력화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김창완 밴드’라는 이름으로 EP(미니앨범) <더 해피스트>를 냈다. 친동생이자 산울림 멤버였던 김창익이 올 초 사고로 숨진 이후 그는 더 이상 산울림의 이름으로 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 앨범은 복고적이면서도 현대적이다. 무엇보다도 독창적이다. 산울림을 그리워하는 이들과 김창완을 연기자로만 아는 이들 모두를 흡족하게 만들 마법 같은 음악이다. 돌아온 거장에게 경의를!

서정민 <한겨레> 기자 blog.hani.co.kr/west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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