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미술전 보는 불편한 마음제743호 이 땅의 근대 그림들을 모은 전시회는 필자에게 편안한 감상거리가 못 된다. 20세기 초 곡절과 단절로 얼룩진 우리 그림의 뒤틀린 역사를 과제처럼 복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박처럼 밀려올 때가 많았다. 색채와 선이 활개치는 서양 모던 그림에 대한 맹렬한 모방 욕구, 뒤처진 묘사의 기본기가 엉켜 어색한 몸짓...
소는 농부와 오래오래 살았습니다제743호 세상엔 가끔 기적 같은 관계들이 있다. 60년을 넘게 해로한 부부, 서로를 목숨처럼 아끼는 친구 같은 관계다. 그러나 ‘관계’가 반드시 사람과 사람 사이일 필요는 없다. 이충렬 감독의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는 팔순 농부와 마흔 살 소의 동행과 작별의 얘기다. 경북 봉화 ...
제이미 올리버제743호 “오늘은 집에 오는 길에 정크푸드 사먹지 말고 집에서 해먹도록 해요. ‘오이 요구르트 소스를 뿌린 연어 티카’ 어때요? 요리에 자신 없다고요? 5분이면 충분하니까 걱정 마세요”라고 엄마…가 아니라 제이미 올리버 선생님께서 혀 짧은 소리로 말씀하셨다. 영국의 대표적인 대중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는 한국...
혁명의 시대, 레닌을 생각한다제743호 “레닌은 생각도 하지 마!”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자들, 그러니까 반공 우파뿐만 아니라 급진 좌파까지도 공유하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면 그것은 레닌에 대한 ‘사고 금지’다. 2008년 5월 국내에도 소개된 <지젝이 만난 레닌>(교양인 펴냄)의 편저자 슬라보예 지젝이 레닌을 반복하려는 기획을 ...
[새책] <독재자들> 외제743호<독재자들> 리처드 오버리 지음, 조행복 옮김, 교양인(02-2266-2776) 펴냄, 4만5천원 히틀러와 스탈린, 두 독재체제를 비교·분석했다. 두 체제는 역사상 가장 폭력적으로 인명을 학살했으며 가장 소모적인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체제 내의 독일인과 러시...
[와지마 도타로] 다시 듣는 ‘진짜’ 목소리제743호 2008년 12월17일과 22일, 일본 도쿄 하쿠주홀에서 배재철(오른쪽)의 무대 복귀 공연이 열렸다. ‘최고의 아시아인 테너’로 칭송받던 그의 명성에 비해 소박하기 그지없는 250석 규모의 홀. 그러나 목소리와 오른쪽 폐의 기능마저 잃었던 성악가의 재활 투혼을 살리기 위해, 음악 프로듀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왜 한국민속촌만제743호 전 사극을 좋아해서 즐겨보는 편인데요. 사극을 보다 보면 방송 중간쯤에 ‘장소 협찬 한국민속촌’이라고 자막이 나오잖아요. 다른 장소는 방송 끝나고 엔딩 자막이 올라갈 때 함께 나오는데 유독 ‘한국민속촌’만 중간에 나오는 이유가 궁금합니다.(amy) → 한국민속촌‘만’ 예외적인 장소로 규정돼 있기 때문...
10년 뒤엔 그럴 줄 알았지제743호 1999년 말은 두려움과 설렘이 지배하던 시기였다. ‘밀레니엄 버그’라는 세기말적 묵시록에 대한 두려움과 리셋 버튼을 누르듯 모든 게 새로 시작될 것만 같은 설렘. 그 시절 난 다른 종류의 두려움과 설렘에 몸을 떨었다. 신문사 최종시험 낙방 뒤 절망에 허덕대고 있을 즈음 낭보가 날아왔다. 보결로 ...
[컬처타임] <‘워낭소리’ 여기서 보면 되겠네> 외제743호 서울 이화여대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가 사랑과 관계에 대한 다양한 해석으로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영화들을 모아 1월8~14일 ‘LOVE@MOMO: 영화가 사랑할 때’ 기획전을 연다. 모모 개봉작 중 최고의 인기 작품이었던 <북극의 연인들> <캔디>...
앙스트블뤼테, 생애 마지막 꽃제743호 좋은 문학작품에는 ‘규격’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믿는 독자는 이 책 <불안의 꽃>이 매우 못마땅할지도 모른다. 첫째, 너무나 길다! 둘째, 이해할 수 없는 구성과 구도를 갖고 있다. 왜 여자주인공이 중반 이후에야 등장하는지, 특히 책의 전반부를 장악하다시피 하는 자본 증식 찬가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