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닿을 수 없는 한지의 영혼제858호 선이 고운 처마로 달랑달랑 바람이 든다.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어여쁜 한옥. 그곳이 박선태(71)씨의 일터다. 별다른 자원도 특별한 지원도 없던 예향의 마을 전북 전주에는 소중한 자산이 둘 있었으니, 그 하나는 맛스러운 음식이요 다른 하나는 으뜸가는 한지(韓紙)다. 유난히 물이 좋아 닥나무가 많이...
수도자, 세속인으로 돌아오다제858호 “보통은 서태지로서의 삶이 더 클 것이다라고 생각할 거 같지만 내 경우에는 평범한 삶에 대한 동경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데뷔 뒤 줄곧 서태지로 사느냐 평범한 정현철로 사느냐에 대한 고민을 해온 것 같다.” 2008년 8월 8집 <모아이>를 발매하고 출연한 문화방송 <...
아톰의 볼모 고질라의 공포제858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런저런 자리에서 “두 번이나 원자폭탄의 세례를 받은 일본이 어떻게 원전 대국이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 원자폭탄과 방사능의 피해를 가장 잘 아는 일본에 원전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질문에는 원자폭탄과 원전이 같은 줄기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
가락이 닮았다!제858호 “시가(詩家)에서는 표절을 가장 금기시하는데 옛사람들도 이를 많이 범하곤 했다. …가령 좌태충이 쓴 시구를 사영운이 그대로 옮겨 써놓았다. 설령 후대 사람들이 차용한다 하더라도 글자를 좀 바꿔서 써먹을 것이 분명한데 이런 식으로 표절을 하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 장유(158...
종일 오락만 편성하는 방송?제858호 종합편성채널(종편) 개국을 앞두고 지상파 방송사 예능가가 술렁인다. 4월20일 문화방송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황금어장>을 연출한 여운혁 PD가 사표를 내고 <중앙일보>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jTBC로의 이적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문화방송 ...
문화소식 '디자인 앤 아트페어 2011' 외제857호디자인과 아트의 크로스 디자이너와 예술가의 작품 전시하는 ‘디자인 앤 아트페어 2011’ 상업적 디자이너와 예술가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4월22일∼5월1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 ‘디자인 앤 아트페어 2011’전이 열린다. 조각, 설치미술, 사진,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광어 다르고 도다리 다르다제857호 클리셰(상투어)는 기자의 마취약이다. ‘마약’이라고 쓰려다 ‘마취약’이라고 고친다. 구하기 쉽지만 효과는 저열하기 때문이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표현을 달고 사는 신문기자라고 솜방망이를 맞아봤겠나. 나 역시 숱하게 ‘봇물 터지듯’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봇물이 터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아 다…
생선회로 배우는 ‘맥모’삼천지교제857호 아들을 낳은 아내는 회복실에 눕자마자 말했다. “이렇게 힘들게 낳았는데 나중에 얼토당토않은 년 데리고 와서 결혼한다고 하면 가만 안 둘 거야.” 내가 조심스레 대꾸했다. “그럼 딸 여섯 낳고 아들 본 우리 엄마는 어땠겠느냐?” “죽을래?” (미안한 말이지만) 와잎은 아기를 잘 낳았다. 마치 낳아본 ...
두 숙적의 대결로 잠 못 이룰 새벽제857호 “모두가 FC바르셀로나를 두려워한다. 그들은 무적의 팀이라는 묘한 아우라를 갖고 있다.” 누구의 말인가. 유럽 어느 리그 하위팀 감독의 한탄인가, 잉글랜드 명해설가 레이 허드슨의 평가인가, 그도 아니면 지구 반대편 극동아시아에서 밤잠을 지새우는 어느 축구 마니아의 추앙인가. 아니다. 다름...
우리는 왜 소설을 읽는가제857호 왜 소설을 읽는가, 라는 물음에 어떻게 답하면 좋을까 자주 궁리한다. 누군가 멋진 대답을 해놓은 게 있으면 메모를 해두기도 한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대답은 메모의 전당에 올라간다. 솔로몬 볼코프가 엮은 쇼스타코비치 회상록 <증언>(이론과실천·2001)에 의하면 쇼스타코비치는 작가 체호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