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도 목넘김도 질주하네제860호 월요일이었다. 햇살이 항구에 쌓인 컨테이너 더미들 사이로 여리게 새어나오는 이른 아침이었다. 주말에 만나는 남자에게 일주일간의 이별을 고하고 서울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기차가 출발하자 나와 같은 칸에 탄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잠에 빠져들었다. 창으로 들어오는 해가 주춤주춤 기운을 내기 시작했다. 그런…
도심 속 소나무숲의 매혹제860호 솔숲에 바람이 인다. 여린 솔잎들이 웅성댄다. 사르르 파르르한다. 떨림인지 속삭임인지. 분간할 재량도 까닭도 없다. 그저 마음에 닿아 차분하고 평온하다. 소의 귀처럼 생긴 봉우리 아래에 있다는 우이(牛耳)동이다. 그 터 한 자락을 차지한 솔밭이다. 정확한 명칭은 우이동 솔밭근린공원이다. 소나무의 숲은 늘 ...
폭력과 상스러움을 고발하다제860호 오사마 빈라덴이 죽었다. 미국은 남의 나라 영토 한복판에서 빈라덴을 사살했다. 파키스탄 정부와 사전 협의는 없었다. 미 정보당국자는 보안상의 문제였다고 말했으나, 주권침해와 일방주의적 폭력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유럽 좌파 정치인과 언론의 지적을 전하며 빈라...
새책 <느낌의 공동체> 외제860호느낌의 공동체 신형철 지음, 문학동네(031-955-2656) 펴냄, 1만3천원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산문집을 펴냈다. 2006년 봄부터 2009년 겨울까지 <한겨레21> <경향신문> <시사IN>과 청소년 ...
서가에서 만난 제각기의 가족 에세이제860호 5월의 신간 중에는 유독 ‘어머니’ ‘아버지’란 단어가 들어간 책이 많다. 가정의 달이기 때문일 터이다. 부모 된 자가 부모의 심정을 안다고 한 탓일까, 매년 5월엔 시내 서점에서 유독 사모곡 등의 내용을 실은 책을 손에 든 독자가 많다. 서가 사이에 서서 몇 장을 읽다가 주책맞게 눈물이 나와 황급히 ...
봄밤의 ‘스마트’한 공감각적 체험제860호 #1. 문래예술공장 옥상 저 멀리 영등포역을 출발해 철길을 달리는 기차가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바람을 가른다. 멀리 보이는 고층 아파트, 그 가운데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그때 피아노 소리가 ‘쿵’ 하고 귓가를 때린다. 기차 소리와 피아노 소리가 잠시 뒤엉키더니 금세 하나의 ‘소리’로 묶인다. ...
애타게 그리운 그 이름제860호 이것은 머스트 해브인지는 모르겠으나 눈물 나게 고마운 탈것이다. 오토바이를 10년째 탔지만 스쿠터에 손대기 시작한 건 불과 지난해부터였다. 기어를 변속할 때 스로틀을 부드럽게 당기는 느낌, 체인이 하나둘 철컥철컥 감기는 그 느낌도 좋았을뿐더러 인생에 자랑할 것이 2종 소형면허 보유자라는 것밖에 없어서 오토바…
드라마 속 남자 누구와 결혼할래?제860호Q. 요즘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의 유형이 꽤 다양합니다. 다정한 <가시나무새>의 영조(주상욱), 친구 같은 남자 의 한강(조현재), 보호해주고 싶은 <내 마음이 들리니>의 차동주(김재원), 훈남 <반짝반짝 빛나는> 송승준 편집장(김석훈), 순수남 ...
어디가 봉우리고 무엇이 진짜인가제860호 ‘최후의 문인화가’를 자처했던 장다첸(張大千·1899∼1983)은 쓰촨성 네이장 태생으로, 본명은 정취엔(正權)이며, 개명한 이름은 위안(爰)이고, 호는 다펑탕(大風堂)이다. 1917~19년 일본 교토에서 염직 기술을 익혔고, 1919년엔 상하이로 거처를 옮겨 쩡시(曾熙·1...
'개콘' 깨알같은 웃음으로 돌아오다제860호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부활했다. <개콘>의 인기는 주로 월요일 오후 휴게실이나 저녁 회식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제 그거 봤어? 정말 웃기던데”로 시작해 “나 웃겨 죽을 뻔했잖아”로 이어지고 분위기 메이커가 성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