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인 것의 슬픔제863호 선정성이란 무엇인가. ‘부채질할 선(煽)’에 ‘감정 정(情)’이다. 어떤 감정을 강렬하게 유도한다는 것. 대체로 그 감정이 성적인 것이거나 폭력적인 것일 때 저 단어를 사용한다. 그런 감정을 자극하는 일은 부도덕한 일이어서 선정적인 것은 곧 나쁜 것이 된다. 그런 수준에서 멈추는 작품을 옹호할 생각은 ...
새책 <이완용 평전> 외제863호 이완용 평전김윤희 지음, 한겨레출판(02-6383-1621) 펴냄, 1만6천원 이완용의 이름 앞에는 ‘매국노’라는 타이틀이 꼬리표처럼 달라붙지만, 한편으로 그는 위기 앞에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기보다 당시 상황을 그대로 껴안으려는 현실적 인간이었다. 이완용의 양면을 모두 들여다봤다. &...
“어둠 속 작은 불빛 깜박이는 그곳”제863호 도시 서울의 직장인은 아침마다 전쟁을 치른다. 흡사 피난 열차에 매달리듯 사람들은 지하철을 향해 돌진한다. 몸을 구겨넣는다. 때때로 공중 부양의 경험도 한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두 발을 허공에서 허우적대는. 매일이 여행인 사람도 있다. 시의 외곽 혹은 바깥에서 눈뜬 노동자는 도심 한가운데의 일터를 ...
6·8·2·충남·긴 머리, 테리우스 코드제863호 윤기가 도는 그의 검은색 머리카락이 담쟁이넝쿨이 벽을 타듯 그의 뒷목을 감싸며 흘러내렸다. 스탠딩 마이크를 옆으로 들고 “내일을 향해서라면 과거는 필요 없지 힘든 나의 일기도 내일을 향해서라면”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벌판을 달려가는 야생마의 말발굽 소리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완벽하다’고 할 만큼 전…
인기라는 ‘계급’ 넘은 판타지제863호 * 연예가 쑥덕쑥덕 30대 후반인 최고의 한류스타 A와 아이돌 그룹 출신 방송인 B의 열애설이 방송가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연인인 톱여배우 C와 결별 발표만을 남겨놓고 있는 A는 발표 전에 B와의 관계가 주목을 받자 난감한 상황이라고. 여기에 B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하고 있는 일반인 D...
족발집의 두 얼굴, 독특한 이종교배제863호 너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니. 머리가 문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볼 때 생각한다. ‘바보’라는 말은 싫고 ‘얼간이’ 정도로 해두자. 머리는 이데올로기다. 왕은 먼 옛날부터 금색 왕관을 쓰고 세상에 등장했고, 지난 4월 영국 왕실 결혼식에 초대받은 유명 인사들은 머리에 멋쟁이 모자를 얹고...
타인의 시선으로 쓴 한국 독후감제863호 “계급화되고 남성 중심적인 신유교 사회”(<미슐랭 그린가이드>), “사회적으로 어울리고 품위를 지키려면 눈치를 발달시켜 다른 사람들의 분위기를 알아채는 것이 필수”(<문 핸드북 사우스 코리아>), “잘 차려입어야 더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서울&g...
[진중권과 정재승의 크로스 2] ⑥ 키스제863호 태초에 키스가 있었다 창세기부터 아담과 이브, 알렉산더의 키스까지…입맞춤의 의미와 기원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다 진중권 문화평론가 키스는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이른바 ‘키스학’(Philematologie)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물음이다. 지그문트 리브로비치라는 학자는 &...
'야구 아는 여자'는 이방인이 아니다제862호 언제부턴가 ‘야구 아는 여자’의 타이틀을 지닌 여성 저널리스트들이 늘어나고, 공중파 방송 3사의 스포츠 채널 야구 프로그램은 모두 여성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다. 눈에 띄는 미모를 지닌 아나운서들은 ‘야구 여신’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야구 팬들을 그대로 흡수해 새로운 팬덤을 형성했다. ‘의외로’ 날카로운 분…
시한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제862호 그들은 오늘도 이겼다. 하지만 소리 내어 크게 웃을 수 없다. 6월30일까지만 존속하는 ‘시한부 팀’이기 때문이다. 계절은 여름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그들의 운동복은 아직도 겨울옷이다. ‘여름’이 없는 그들에게 팀에선 여름 운동복을 생각할 수 없었다. 시합을 마치고 들어간 숙소는 허름한 여관이다. 두어 평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