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숨죽여 할 필요 없는 이야기”제864호 1996년, 이혁상 감독은 불안했다. 내가 정말 게이일까, 설마 그럴까. 서울 종로 주변을 맴돌았다. 종로3가 입구를 지키는 동성애자인권단체 ‘친구사이’ 사무실을 찾았다. 동성애 세미나를 하는 이성애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자료집만 받아 돌아섰다. 안쪽 골목으로는 한 발도 딛지 못했다. ...
'나가수', 당신의 넘버원은?제864호 Q. 문화방송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는 지금까지 김건모, 백지영, 이소라, 윤도현, 김범수, 정엽, 박정현, 김연우, 임재범, BMK, JK김동욱, 옥주현 등 12명의 가수가 나왔다. 이들이 부른 곡 중 최고의 한 곡을...
안녕 쌤, 고마웠어 쌤제864호 클럽 쌤(ssam), 그러니까 과거 ‘쌈지스페이스 바람’이라 불리기도 했던 클럽이 문을 닫았다. 5월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클럽 쌤의 마지막 무대에 수많은 음악인들이 동참했다. 2000년 6월26일 쌈지스페이스의 개관 공연에 참여한 어어부 프로젝트의 백현진과 오(르가즘)! 브라더스는 마지...
자본이 된 신, 신이 된 자본제864호 지난 글에서 보았듯이 민주화와 소비사회화의 빠른 변화 속에서 권리의식과 욕망의 주체로서의 자의식이 급격하게 신장한 시민층이 교회를 떠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의 현상이다. 교회는 그들을 포섭하기에는 너무 권위적이다. 또 지난 글에서 말하지는 않았지만, 전통적 경계가 이완되고 해체되며 새로운 네트워크...
‘너’를 통해 시대와 ‘나’를 말하다제864호 소설가 안재성씨는 2006년 생전 오른 적 없는 지리산을 7번이나 올랐다. 한 빨치산 지도자가 남긴 삶과 죽음의 흔적을 찾아나선 길이었다. 대성골과 피아골, 뱀사골, 빗점골 등 지리산의 골짜기를 샅샅이 훑었다. 무리한 산행의 후유증은 오래갔다. 돌아올 때마다 허리병이 도져 침을 맞고 며칠씩 아랫...
약진하는 평전, 농익는 출판제864호 여전히 낯설다. 인물 비평에 조심스러운 한국이기에 더욱 그렇다. 엄정한 평가를 시도한다며 인간적 그늘을 들춰냈다 유족이나 문중의 항의를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2006년에 나온 <조영래 평전>이 그랬다. 게다가 허구와 사실의 경계가 불분명한 ‘팩션’(fact+fiction...
답장 기다리는 조광래 감독의 편지제863호 조광래 감독은 편지 쓰기를 좋아한다. 중요한 결정이나 의사를 전달해야 할 때는 반드시 편지를 쓰고, 또 그것을 프린트해 전달해왔다. 2009년 8월, 잉글랜드 볼턴에 입단하게 된 이청용이 인사차 찾아왔을 때 조 감독은 의례적인 격려 대신 “축구는 머리로 하는 게임이다.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
'제11회 서울 LGBT영화제' 외제863호나의 색을 밝혀주마! ‘너의 색을 밝혀라!’라는 슬로건의 제11회 서울LGBT영화제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삶과 욕망이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제11회 서울...
하의 실종 사건과 와잎의 특단 조치제863호 시작은 사소했다. 지난 주말, 중학교 동창 개아범(이름에 범이 들어가서 지어진 별명이나 나중에 얼굴도 개로 변모함)을 비롯해 대학 친구들과 대낮부터 신촌에서 술을 퍼마셨다. 정신줄을 놓아가며 잘도 마셨다. 개아범 녀석은 넉살 좋게 이 사람, 저 사람과 붙어 마셨다. 와잎은 연방 전화를 해댔다. “어디냐...
나는 유목민의 자손이다제863호 “넌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어머니 말씀은 옳은 것 같다. 어머니와 자매들은 모두 눈이 컸다. 아버지는 눈이 작았지만 안으로 움푹 파여 콧등과 이마가 각진 미남형이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에스키모인 수준으로 두툼한 눈두덩을 만지작거리며 ‘대체 난 어디서 왔을까’ 자문했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