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제865호 ‘다른 선택이 없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헌법 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기자에 대한 국민 여론이 급격히 나빠진다고 상상해보자. 오보와 왜곡에 대해 촛불집회가 열린다. 여야는 개헌을 추진하며 언론인 관련 헌법 조항을 넣기로 한다. ‘기자를 제외한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
자웅동체와 사당동 프리덤제865호 많이 아프다는 전갈을 받았다. 평소 육식남의 전형을 보여준 그였다. 돼지 ‘돈’에 히틀러의 ‘틀러’를 합쳐 ‘돈틀러’라 불린 사나이. 올 것이 왔다 싶었다. 지난 주말, 동창 녀석과 서울 구로의 한 대학병원으로 병문안을 갔다. 와잎도 함께. 물론 부부동반은 아니었다. 와잎의 오지랖 넓은 성정과 친화...
새책 <소수에 대한 두려움> 외제865호 소수에 대한 두려움 아르준 아파두라이 지음, 장희권 옮김, 에코리브르(02-702-2530) 펴냄, 1만3천원 지구는 하나이되 여러 조각이다. 지구가 하나라는 논리를 따르면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인적·물적 교류는 조화와 융합을 꾀한다. 그러나 더 깊은 속을 들여다보면 융합의 방향은 일방적이다. ...
바다는 인간의 식량 창고가 아니다제865호 물고기는 멍청하지 않다. 2006년, 물고기의 두뇌와 사회 학습 등을 연구해온 오스트레일리아 매커리대학의 컬럼 브라운 박사는 물고기가 한 번 겪은 일을 수개월 동안 기억하는 것은 물론 주변 변화에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고, 인위로 만들어놓은 상징물 등을 읽어낼 능력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칼럼니스...
과일가게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제865호 과일이 거리로 나오는 계절이다. 신호등을 기다리거나 차창 밖을 바라볼 때 눈에 들어오는 과일 행상이 부쩍 늘었다. 더위가 한껏 매서워지면 이제 국도와 고속도로에도 과일가게가 나타날 것이다. 폭포가 내리치는 바위 위에 앉거나 묵언 수행하는 것 외에도 내가 모르는 정신수양의 묘안이 허다하겠지만, 과일을 보며 3…
60대 ‘청년’ 소설가들의 귀환제865호 최인호, 박범신, 황석영…. 수십 년 세월을 가로질러 다시 떠오르는 낯익은 이름들이다. 60대 소설가들이 서점가의 맨 앞 가판대를 장식하고 있다. 지난 5월13일 발간된 최인호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출판사인 여백미디어 집계로 8만 부가 팔렸다. 6월1일 나온 황석영이 쓴 ...
미국 이민자 출신의 매력적인 중저음제865호 1991년,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의 책받침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어온 연예인이 있었다. 마이크를 약지와 새끼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몸을 건들거리며 “두 눈을 감으면 꿈처럼 다가오는 너의 모습을 내 마음 깊은 곳 새하얀 캔버스에 그려보네”를 부른 이현우였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에 친구에게서 전화로 “이...
OST에 대한 ‘최고의 사랑’제865호 “그대 때문에 가슴이 이 심장이 두근두근 난 그대만을 사랑해 내 맘 가득 외치는 말.” 구애정(공효진)의 휴대전화가 울리면 이 노래가 나온다. 구애정이 활동했던 걸그룹 ‘국보소녀’의 히트곡 <두근두근>. 노래가 흘러나오면 독고진(차승원)의 가슴도 두근댄다. 독고진은 구애정과 마주칠 때마다 심박수가 올라가는...
예술가들의 도시 탈출제865호 만화가는 요새 펜보다 호미를 자주 든다. 앞마당 작은 텃밭에서 만화가는 기르는 작물을 설명했다. 배추, 상추, 파, 호박은 기본이다. 캐모마일과 허브, 둥굴레도 있다. 그는 1990년대 초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식물은 도감으로 배웠다. 국화과에 속하는 캐모마일의 작은 꽃잎을 따서 ...
[진중권과 정재승의 크로스 2] ⑦ 학교짱제865호 일그러진 영웅들의 힘자랑 동물의 습속과 닮은 ‘짱’이라는 이름… 학교에서 현재의 권력을 약속하는 힘, 덜 자란 어른들이 만들어낼 폭력의 맹아 진중권 문화평론가 일본 규슈에서 오키나와로 길게 이어지는 열도 중에 ‘야쿠시마’라는 섬이 있다. 이 섬에는 ‘야쿠자루’라 불리는 덩치가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