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만한 2등이 있다는 것제868호 <스타크래프트>는 몰라도 홍진호는 안다. 잘 아는 건 아니고 그가 만년 2등이었다는 것, 저그 플레이어라는 것, 별명이 ‘콩’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남자친구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미네랄만 캐본 여자, 남동생이 틀어놓은 <스타크래프트> 게임 ...
독특한 철학으로 축구를 예술로 만들다제868호 “국가대표 감독들은 허락 없이 차고에서 차를 빼내가는 사람이다. 그들은 열흘 동안 차를 타고는 기름도 채워놓지 않고 벌판에 내팽개쳐버린다. 우리(클럽 감독)가 차를 다시 가져오지만, 이미 고장나 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 그들이 다시 와서 또 가져간다. 차가 잘 정비됐다고 기뻐하면서 말이다....
백남준이 오래 머무는 집제868호 연일 굵은 빗방울이 이어졌다. 비구름이 지나나 싶으니 다시 후덥지근한 날들이다. 이마에 진득한 땀방울이 송골송골하다. 비로소 여름을 실감한다. 슬며시 그늘을 찾는다. 냉방시설을 벗 삼는다. 외출도 귀찮다. 먼 바다나 계곡만이 그립다. 하지만 휴가만 손꼽으며 방바닥을 헤엄치자니 또 몸이 근질근질하다. 여름...
세상의 김밥을 추억하다제868호 시작은 가볍고 즐거웠다. “심심한데 김밥이나 싸먹을까?” 냉동실에 남은 김 7장에서 출발한 김밥은 점점 덩치를 키워 김 추가, 밥 추가, 들어가는 내용물 추가를 거듭하며 그날 점심과 저녁, 다음날 아침까지 먹을 분량에 이르렀다. 다종다양한 김밥이 완성됐고 주방엔 폭탄이 떨어졌다. 주말에 만나는 남자...
새책 '확신의 함정' 외제868호 확신의 함정 금태섭 지음, 한겨레출판(02-6373-6712) 펴냄, 1만2천원 ‘흉악범에 대한 사형은 정당한가? 성범죄 근절을 위해 화학적 거세를 도입해야 하는가? 교육적 체벌은 가능한가?’ 등의 질문에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대립하는 주장을 품고 있는 이런 문제들에도 분명 ‘답...
야만적 아우팅에 맞서는 언니·오빠들의 샤우팅제868호 10년 전 학생이던 나는 교내 동아리가 모여 있는 건물에서 인상 깊은 걸개를 봤다. 두 개 층에 걸쳐 걸린 커다란 걸개는 오색찬란한 무지개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쓰여 있던 문구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대충 ‘날자’ ‘자유’ 등의 맥락이었던 것 같다. 걸개는 교내 동성애자 모임을 알리는 것이었다...
TV, 병맛 패션을 말하다제868호 머리 양옆을 짧게 치는 일명 ‘귀두컷’에 교복 통바지, ‘노스’가 아닌 ‘사우스 페이스’인 ‘짭’(짝퉁) 패딩을 입은 고등학생 우기명은 같은 반 여학생 혜진을 짝사랑한다. 반에서 ‘찐따’로 통하는 기명의 삶이 ‘EBS 청소년 드라마’라면 남학생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혜진의 삶은 ‘귀여니 인터넷 소설’이다....
그의 말이라면 귀에 쏙 꽂혀제868호 Q. 케이블TV 패션 & 뷰티 프로그램이 많아지자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패션 & 뷰티 전문가들이 연예인이나 다름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 중에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나? A1. 미용실에서 패션지를 보면 머리...
갖고 싶었으나 갖지 말아야 할제868호 2년 전쯤, 패션쇼에 간 적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패션쇼라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습만 보아왔지만. 이번엔 직접. 그런데 그동안 보아온 여느 패션쇼와는 달랐다. 같은 인류가 맞는지 재차 확인할 만큼 위화감 느껴지는 장신의 마른 모델들이 아니라, 내 이웃에 살 것 같은 친근한 이들이 여러 가지 옷을 입고 무대...
하이퍼텍나다의 마지막 인사제868호 “마지막으로 공간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영화라는 것이 공간과 시간에 대한 기억을 반복하는 것 아닐까요.”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하이퍼텍나다의 마지막 상영이 끝나고 하이퍼텍나다를 운영해온 영화사 ‘진진’ 김난숙 대표가 관객에게 말을 걸었다. 6월30일은 또 하나의 예술영화관이 역사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