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그의 말이라면 귀에 쏙 꽂혀

868
등록 : 2011-07-07 18:22 수정 : 2011-07-08 11:30

크게 작게

한겨레 박미향

Q. 케이블TV 패션 & 뷰티 프로그램이 많아지자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패션 & 뷰티 전문가들이 연예인이나 다름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 중에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나?

A1. 미용실에서 패션지를 보면 머리가 아프고 화장이라곤 4대강 현장에서 대충 ‘공구리’ 치는 수준으로 넘어가는 나지만 온스타일 <겟 잇 뷰티>에는 종종 채널을 고정한다. 딱 떨어지는 슈트 차림에 살짝 사투리가 섞여 정감 어린 말투가 훈훈한 김승원 메이크업 아티스트 때문이다. 화려한 컬러의 색조화장품을 출연자의 얼굴에 맨손으로 슥슥 바르며 나 같은 문외한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는 그는 메이크업계의 밥 로스 아저씨라 할 수 있다. 비록 모처럼 큰맘 먹고 눈두덩에 뭐 좀 칠하고 온 날 회사에선 “어디 아파요?”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언젠간 제대로 따라하고 말 테다. 최지은 <10아시아> 기자

A2. 간호섭 교수.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도전자들을 얼게 만들었던 공포의 독설 때문이다. 목소리가 조근조근하고 부드러우니까 메시지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 공포영화 중 가장 무서운 장면에서 배경에 깔리곤 하는 동요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더 섬뜩한 건 지적이 거의 맞다는 거다. 도전자들이 봄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만든 드레스에 ‘무지개떡’ ‘시든 꽃’ 등 가차 없는 비유를 날리는데 듣고 보면 딱 그렇다. 그런데 사실 누가 됐건 귀를 기울일 수가 없다. 조언을 빙자한 패션 & 뷰티 프로그램, 결국엔 뭘 자꾸 사라고 부추기는데 돈이 없기 때문이다. 김소민 <한겨레> 기자

A3. ‘윤기 쌤’ 정윤기. 그는 스타일리스트라기보다는 대중문화를 완성하는 패션을 만들고 이끄는 하나의 브랜드 혹은 아이콘. 아니면 연예계 인기 패셔니스타들의 배후 세력? ‘독고진’ 차승원부터 ‘미시 맘’ 고소영까지 연예계에서 ‘옷 좀 입는다’ 싶은 스타들의 곁엔 항상 정윤기가 있다. 정윤기의 스타일링이 스타와 만나 빠르고 넓게 유행으로 번진다는 점을 떠올릴 때, 그의 감각이 다른 디자이너들과 비교해 월등히 대중 친화적이란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듯.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A4. 패션 & 뷰티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 전문가들 입에서는 국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그러나 있어 보이는 단어들이 술술 나온다. 듀오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박태윤은 ‘있어 보이는 말’ 대신 ‘없어 보여도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을 쓴다. 귀엽게(!) 차려입은 두 남자가 전라도 사투리를 쓰며 화장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는 모습은 그들이 주는 정보의 정확성을 떠나 속시원하고 ‘재미있다’. 안인용 기자

A5. 누가 됐든 그들의 조언에 별 신뢰가 가지 않는 건 내 ‘보디’도, ‘페이스’도, ‘헤어’도 TV에 나오는 ‘비포’보다 ‘저질’이어서…겠지만, 그보다 수년간 단련된 그들의 솜씨와 눈썰미의 결정판이랄 수 있는 ‘쓱싹 5분 메이크업’류의 노하우를 따라잡을 재주가 나는 없다. 그래서 명품에 날것 그대로의 탐욕을 남김없이 드러내는, 패션엔 <스위트룸 시즌2>에 출연하는 스타일리스트 심연수·신우식이 오히려 눈길을 끈다. “이것이 명품의 가치”라는 웃기는 훈계보다 “나도 이 한정판 갖고 싶어요”라는 그들이 오히려 솔직해 보이니까. 조혜정 기자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