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종편) 개국을 앞두고 지상파 방송사 예능가가 술렁인다. 4월20일 문화방송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황금어장>을 연출한 여운혁 PD가 사표를 내고 <중앙일보>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jTBC로의 이적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문화방송 스타 예능 PD의 종편 이적이 물 위로 올라왔다. 게다가 여운혁 PD에 이어 예능국의 임정아 PD도 jTBC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고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와 문화방송 쪽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책임PD, 계약금 15억원 제안
임정아 PD는 ‘god의 육아일기’, ‘아시아, 아시아’, <위대한 탄생> 등을 성공으로 이끈 PD다. 문화방송 예능국의 한 신참 PD는 “여운혁 PD가 섭외 등에서 능력을 보였다면, 임정아 PD는 프로그램 기획과 편집에 탁월해 신망이 높다”며 “임 PD의 이적이 현실화되면 제작 역량에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후배 PD들의 동요가 클 것”이라고 했다. 문화방송 <논스톱> <하이킥> 1·2 시리즈 등 간판 시트콤을 기획한 문화방송 권익준 PD가 최근 케이블 채널사인 CJ E&M 중국지사로 옮긴 다음이라 더욱 우려가 높다.
한국방송도 강 건너 불구경은 아니다. 영화와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만든 김석윤 PD는 이미 사표가 수리됐고, <해피선데이> <윤도현의 러브레터> <뮤직뱅크>를 만든 김시규 PD는 곧 사표를 내고 jTBC행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불후의 명곡’ <야행성>등을 연출한 조승욱 PD도 이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방송 교양국의 한 PD는 “예능국 PD 6~7명이 추가로 합류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화방송이 예능국 제작 역량을 떠받쳐온 몇몇 스타 PD들의 이적설에 휘청인다면, 한국방송은 22~24기 예능제작국의 중추에 해당하는 PD들의 대거 이적설에 침통한 양상이다.
예능 프로그램 PD들이 이적 제안에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방송사 노조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이명박 정부 들어 방송사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현장 PD들도 사내 언로가 막혀 있고, 회사에 대한 자긍심이 사라졌다는 푸념을 주고받는다”고 전한다. 예능국의 한 PD는 “사장들은 젯밥에만 관심을 보이고 신망을 얻은 PD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자 회사가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졌다”고 보탠다.
지상파 예능국 PD들에게 이적 제안이 쏟아진 건 지난해 겨울부터다. tvN과 Mnet 채널 등을 보유한 CJ E&M이 먼저 나섰다. 이때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PD가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jTBC는 계약금과 숫자 면에서 훨씬 공격적이다. CJ E&M에서 PD들에게 계약금으로 제안한 액수는 8억원 정도였다. jTBC는 현장에서 뛰는 PD들에게는 10억~12억원, 책임PD들에게는 15억원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익 보전 정책이 더 문제 지금 명단에 오른 예능 PD들을 모두 영입한다면 jTBC가 계약금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은 150억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공공미디어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일보>가 종편 사업계획서에서 밝힌 자본금 4220억원에서 예능 PD들을 데려오는 돈만 해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방송인력 양성에 5년간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으나 스카우트 비용이 인력 양성 비용의 몇 배를 넘어서는 셈이다. 오락물을 31.5%로 편성하되 공익적 예능에 주력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질지 우려도 크다. 공공미디어연구소 도형래 연구원은 “무리한 초기 경쟁으로 종편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면 광고 수익을 보전하려 특혜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왼쪽부터 여운혁 PD, 권익준 PD, 김석윤 PD.
지상파 예능국 PD들에게 이적 제안이 쏟아진 건 지난해 겨울부터다. tvN과 Mnet 채널 등을 보유한 CJ E&M이 먼저 나섰다. 이때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PD가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jTBC는 계약금과 숫자 면에서 훨씬 공격적이다. CJ E&M에서 PD들에게 계약금으로 제안한 액수는 8억원 정도였다. jTBC는 현장에서 뛰는 PD들에게는 10억~12억원, 책임PD들에게는 15억원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익 보전 정책이 더 문제 지금 명단에 오른 예능 PD들을 모두 영입한다면 jTBC가 계약금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은 150억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공공미디어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일보>가 종편 사업계획서에서 밝힌 자본금 4220억원에서 예능 PD들을 데려오는 돈만 해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방송인력 양성에 5년간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으나 스카우트 비용이 인력 양성 비용의 몇 배를 넘어서는 셈이다. 오락물을 31.5%로 편성하되 공익적 예능에 주력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질지 우려도 크다. 공공미디어연구소 도형래 연구원은 “무리한 초기 경쟁으로 종편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면 광고 수익을 보전하려 특혜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