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하고 살벌하게 웃기다제856호 사회파 코미디들이 몰려온다. 지난해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방가? 방가!> <불량남녀>를 거쳐 올해의 <위험한 상견례>와 <수상한 고객들>까지, 녹록지 않은 사회문제를 코미디로 풀어낸 영화가 잇달아 개봉...
탈북자의 친구는 어디에 있는가제855호 전승철은 북한이탈주민(탈북자) 초기정착시설인 하나원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를 돌봐주는 박 형사는 같이 취업을 알아보러 가며 그를 가볍게 구박한다. “머리 아직도 안 잘랐어? 언제 자를 거야?” 전승철은 바가지 머리를 항상 숙이고 있다. 면접은 순조롭다. 단지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돕는 데 제공...
[진중권과 정재승의 크로스 2] ② 서바이벌 게임제855호 그들의 운명에 울고 웃는 현대 시민들 현실과 허구의 융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그리스 비극의 연민·공포·카타르시스를 읽다 진중권 문화평론가 몇 번 채널을 돌리면 알 수 있듯이 넘쳐나는 것이 이른바 ‘서바이벌 게임’ 프로그램. 요리·패션·노래 등 경쟁 분야도 다양하고, 아마...
이토록 짜릿한 비밀 연애제855호 비밀은 줄다리기다. 감추려는 쪽의 힘이 크거나, 감추려는 쪽과 밝히려는 쪽의 힘이 팽팽하면 비밀은 비밀로 남는다. 그러나 밝히려는 쪽의 힘이 커지면 숨기려는 쪽은 앞으로 넘어지기 마련이고, 숨기려는 쪽이 줄을 놓아버리면 밝히려는 쪽은 맥없이 무너지게 된다. 비밀의 줄을 잡고 있는 손은 잠시라도 ...
TV 속 그들이 눈 맞을 때제855호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배우 고수가 있다. 영화 <백야행> <초능력자>를 거치며 20~30대 여자들의 로망이라고 불렸던 그다. 최근 고수가 무려 열한 살이나 어린 여대생과 사랑에 빠졌다. 고수의 연애는 ‘열애’라는 단어로 포장돼 보도됐다. 다시 한번 고수를 떠올...
표현의 불가능성과 싸우다제855호 환경미화원(청소노동자)으로 일하며 혼자 살던 말없는 한 남자가 죽었다. 그의 이름은 헨리 다거(Henry Darger). 누군가 그의 구석진 방에 들어가보니 파노라마처럼 가로로 길게 그려진 그림이 가득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꿈을 복구해내듯이, 소년· 소녀들의 환상적이고 섬뜩한 ...
일렉트로닉 팝 몬스터의 탄생제855호 내가 레이디 가가의 라이브 공연을 보고 싶었던 것은 순전히 올해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서 선보인 <본 디스 웨이>의 강력한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누에고치를 연상시키는 무대장치와 맨살이 훤히 보이는 노란 비닐 의상이 주로 화제였지만, 정작 내 마음을 끈 것은 당당하고 파워풀한 춤과 ...
우경화 일본의 황폐한 초상제855호 “구식민지 종주국인 일본에서 태어난 나는 원래는 모어여야 할 언어(조선어)를 이미 박탈당하고 과거 종주국의 언어를 모어로 해서 자라났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일본어로 생각하며 모든 것을 일본어로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일본어라는 ‘언어의 벽’에 갇힌 수인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감옥에 갇혀 ...
새책 〈퇴계 vs 율곡, 누가 진정한 정치가인가〉 외제855호퇴계 vs 율곡, 누가 진정한 정치가인가 김영두 지음, 역사의 아침(031-936-4151) 펴냄, 1만3천원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는 조선 유학계의 양대 거두다. 서른다섯 살의 나이 차, 성리학을 현실에 구현하는 방법과 지향은 달랐지만 이들은 퇴계가 세상을 뜨기 전 10...
‘164-44’의 법칙제855호 김완선은 김완선이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가요사에서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든 가수가 김완선이다. 댄스 바람이 불기 시작한 85년, 열여섯 살의 김완선은 인순이의 매니저이자 자신의 이모인 한백희씨의 손에 이끌려 인순이의 백댄서팀 ‘리듬터치’에 들어갔고, 다음해인 86년 <오늘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