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명은 언젠가 무너진다제854호 2004년 2월20일 독일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에서 개막한 ‘베를린에 온 모마’(Das MoMA in Berlin)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2002년 6월29일 전시 공간 확장을 위해 증축 공사에 돌입했기에 가능한 특별한 전시였다. 전시 홍보 문구는 “모...
입술과 립스틱이 합체하는 순간제854호 안녕? 우린 미미라고 해. 만나서 반갑소. 우리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아마 대부분이 ‘선글라스’ 낀 여자들로 기억하지 않을까 싶소. 감추는 것이 더 궁금증을 일으키는지라 많은 분들이 우리의 진짜 얼굴을 궁금해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재미없을 것이오. 우리는 길거리에서 흔히 볼 ...
전염된 악의, 전가된 책임제854호중학교 1학년, 자신이 맡은 반의 종업식에서 교사인 모리구치 요코는 충격적인 말을 내뱉는다. “내 아이를 죽인 범인들은 이 반에 있다”라고. 막 아이를 벗어난, 그러나 여전히 아이임이 분명한 중1. 그들이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소년 A가 요코의 아이를 죽인 것은, 유명해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바이벌 프로 심사위원이 된다면?제854호여기는 프로그램이 끝나기도 전에 결말을 다 안다는 무릎‘탁’ 5선녀의 집. 5명의 여기자가 떴다. 트렌디 드라마에서 막장 드라마까지, 월요일 토크쇼부터 일요일 교양 프로그램까지, 신인 배우부터 한류 스타까지, 전문적인 분석부터 실없는 농담까지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준비가 됐다. 방송과 연예에 관한 질문이라면 ...
나는 가짜다제854호“음악 프로그램이 황금시간대에서 밀려나 있는 게 현실이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황금시간대에 감동적인 음악 무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데 공연만으로는 흡입력이 약하다. 그래서 그룹 서바이벌 형식을 도입한다. 7위는 무대를 떠나고 다른 가수로 교체된다.” 문화방송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이것은 왜 카레가 아니란 말인가제854호 모든 질문은 <맛의 달인>에 있다. <맛의 달인> 24권은 ‘카레 승부’다. 동서신문사의 ‘마음 맞는 친구들’은 강가로 낚시를 간다. “카레나 먹자”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의견이 제각각이다. 시판되는 카레를 먹자는 사람. “어설픈 요리사의 것보다 더 ...
문화소식 ‘인디다큐페스티벌’ 외제853호 다큐로 기록한 재개발 용산 참사 재판 등 다룬 독립다큐 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벌’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제인 ‘인디다큐페스티벌’이 3월24~30일 열린다. 한국 다큐멘터리 신작과 아시아의 걸작 다큐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장소는 서울 홍익대 입구의 롯데시네마다. 철거에 대항해 ‘문화 투쟁’을...
우리가 일본에 진 빚들제853호 일본에 빚진 게 있다. 목숨이 명멸하는 상황에서 ‘빚’ 따위의 단어를 떠벌리는 건 싸가지 없잖냐고 해도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나 같은 B급 개인주의자가 볼 때 인간은 더듬이가 없어 곤충보다 열등하다. ‘타인의 고통을 내 것으로 여기라’는 문장은 숭고하지만 현실에서는 잘 벌어지지 않는다. 증오의 언어가 넘…
음주의 신화, 치맥의 전설제853호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술집 탐방 칼럼을 연재한다고 했을 때 나온, 와잎의 첫마디였다. 평상시에도 그렇게 술 처먹고 밖으로 나다니더니 이젠 아예 대놓고 혼자 먹겠다는 거냐는 투였다. 술 좋아라 하시는 아내는 남편의 간 건강은 아랑곳없이 자신이 집에서 혼자 술 먹을 생각에 빈정이 상했나 보다. 부부가 함께 술집…
최악의 재난에 대한 최악의 서사제853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자서전 제목은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이지만 소설가가 아닌 우리에게는 ‘살기 위해 이야기하다’라는 말이 더 실상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는 대체로 ‘나’라는 서사가 어떻게 진행되어왔고 또 진행될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내가 ‘나’라는 서사의 주인공인 동시에 작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