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없다, 독선가는 있었다제878호 고개를 주억거렸다. “미안합니다. 그때는 미안했습니다.” 12년 전인 1999년 7월, 한겨레신문사 사옥에 영구아트 직원 50여 명이 들이닥쳤다. 영화 <용가리>의 해외 수출액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제기한 <씨네21>의 기사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ㅅ씨도 ...
‘천진하게’와 ‘물끄러미’의 어긋남제877호 8월30일 오후 4시경 서울 상수동의 어느 카페에 자리를 잡은 나는 그 뒤로 거의 2시간 동안을 한 편의 시만 읽고 또 읽게 된다. 하필 맨 처음 펼친 시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문제의 그 시는 박형준의 새 시집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문학과지성사)의 표제작이다. 그렇...
축제의 끝, 보석처럼 남은 이름제877호 모두들 3레인 선수만 주목했다. 세계선수권 사상 처음으로 여자 200m와 400m 동시 석권을 노리는 앨리슨 펠릭스(26·미국)였다. 그는 200m 4연패 도전에 앞서 400m에 출전했다. 여자 400m 결승이 열린 8월29일 저녁 대구 스타디움. 펠릭...
파이팅, 홈리스 월드컵!제877호 한국 대표팀의 성적은 13전3승10패. 지난 8월25일 한-일전에서 3:0으로 이겨 귀한 1승을 거둔 뒤 핀란드, 홍콩과의 경기에서도 이겼다. 48개국 중 39위다. 무슨 경기냐고? 종목은 축구, 정확히 말하면 4명이 뛰고 전·후반 각 7분씩 치러지는 풋살이다. 선수 80...
외로운 술꾼의 자기연민제877호 혼자 술 마시다 취한 사람의 전화를 받는 일은 난감하다. 찌질한 독백을 끊고 전화기를 가로채줄 사람이 없는 상황은 전적으로 전화를 받는 사람에게 불리한 게임이다. 술 취하면 앞뒤 맥락 없이 상대방이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는 사실만 기억하는 기억력의 소유자라면, 더욱 그렇다. 그는 맥락을 왜곡한 채 기억 폴더...
[문화소식] '대중음악 사운드' 3회 외제877호대중음악 100년을 담다국내 유일 대중음악 전문 무크지 <대중음악 사운드> 3호 국내 유일의 대중음악 전문 무크지 <대중음악 사운드> 3호가 나왔다. 3호의 커버스토리는 ‘한국 대중음악 100년’으로 대중음악평론가와 연구자 24명이 참여해 연대기별로 ...
생맥 배틀과 전범 재판제877호 토요일 저녁 후배놈과 새벽까지 술 처먹고 들어갔다 잠긴 현관문 부여잡고 오열한 사람은 안다. 자기 집이 자기 집이 아닌 상황에서 오는 비애를. 일요일 오후, 전쟁을 선포한 자답게 당당하게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가지는 못하고, 개폐인의 몰골을 한 채 소심하게 집에 들어섰다. 거실에서 노는 아들녀석은 ...
새책 <안전, 영토, 인구> 외제877호 안전, 영토, 인구미셸 푸코 지음, 오르트망 옮김, 난장(010-9395-9278) 펴냄, 3만1천원 미셸 푸코가 1977∼78년 콜레주드프랑스에서 강의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생명관리정치의 탄생>과 함께...
좁은 길 사이 펼쳐진 아름다운 가난제877호 사진하는 동네 바깥에서 김기찬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름 석 자를 대면 “누구?” 하고 되묻거나 “최민식, 강운구는 아는데…”라며 겸연쩍어하기 일쑤다. 이럴 때 그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사진 봤는데” 하며 반색하거나 “작가 이름이 뭐랬지?”라며 자세를 고쳐잡는 경우...
세상을 둘로 쪼개는 수사학제877호 ‘비포 앤드 애프터’(Before & After) 사진. 다이어트나 성형수술 뒤 외모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비교 사진을 뜻한다. 이젠 이런 방식의 사진 배치가 생일 때 먹는 미역국 식단처럼 익숙해졌다. 서울 거리는 ‘비포 앤드 애프터’의 세계다. 인터넷 메인 화면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