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의 뒷모습을 보았네 -⑫북한산 둘레길제881호 북한산 둘레길은 앞사람의 그림자를 밟고 가는 길이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156만 명이 둘레길을 다녀갔다. 한 해 200만 명을 훌쩍 넘기는 수다. 둘레길이 열리기 전에도 그랬다. “이러다 저 산이 무너질라.” 주말이면 인수봉, 백운대로 오르는 사람 행렬에 탄식이 컸다. 둘레길이 열리며 ...
푸른 옷의 베스트 드레서제881호 “X발” 소리를 듣고도 ‘똥파리’를 ‘꼬나’ 봤다. 따귀를 맞고도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감히 ‘애비애미’도 모르고 날뛰는 똥파리한테 훈계도 했다. 결국엔 정도 나눴다. 김꽃비는 영화 <똥파리>의 여고생 연희를 ‘정말처럼’ 연기했다. 그는 지난 10월6일, 부산 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가장...
우리 동네 총각네 커피가게가 떴네제880호 ‘’ ‘손님’이라는 말에 왜 ‘님’이 붙는지 알았다. 보고 싶어서, 그리워서, 가버리는 뒷모습에 애가 타서 ‘님’이다. 9월28일 낮 12시30분. 점심시간이 벌써 절반은 지났는데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한켠에 서 있는 주황색 커피 트럭에는 사람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커피 트럭을 타고 전국...
“나는 추상화가가 아니다”제880호 전후 추상미술의 대가로 꼽히는 마크 로스코(1903~70)는 늦깎이에 속한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그는, 오랜 모색기를 거쳐 1947년 40대 중반의 나이에 비로소 실험적 추상화풍을 개척하기 시작했고, 1949~50년에 이르러 자신만의 특징적인 추상화 양식을 구축해내는 ...
‘악마의 편집’이란 덫에 걸린 TV제880호 조연출 시절, 선배가 찍어온 방대한 양의 테이프를 가편집하느라 한 번도 안 가본 베트남과 싱가포르를 질리도록 외워버렸기에, 나는 아직도 그 두 곳은 가고 싶지 않다. 동물 다큐팀에서 잠깐 막내작가로 일하던 후배는 100개가 넘는 촬영본을 “침팬지가 구른다, 나뭇가지로 땅을 긁는다, 춤추는 듯하다, 하품...
BIFF에서 한국적 상상력에 주목하라제880호 ‘외연 확장’과 그 결과에 따른 ‘내포 확대’, 그리고 ‘다양성 제고’. 이 세 기치가 2011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에서 한국 영화들을 선정하며 역점을 두었던 방향이다. 단편과 다큐멘터리를 한데 모은 와이드 앵글 섹션은 논외로 치자. 개막작 <오직 그대만>부터 특별상영...
잊지 말자, 휴대용 비데와 내 노래제880호내 인생에서 잘한 일 하나가 치질수술이다. 치질을 수술하고 나니 인생이 바뀌었다. 이렇게 편한 것을 왜 진작에 안 했을까 후회했지만, 솔직히 그전까지 수술이 너무 무서웠다. 다른 곳도 아니고 그곳에 칼 댈 걸 생각하면 절로 오금이 저렸다. 더구나 수술 뒤 큰일은 어떻게 보노? 아프고 불편하지만 차라리 이대로 사는 ...
병든 동물의 시체, 식탁에 오르다제880호 오늘 아침, 세상의 부엌에서는 셀 수 없는 달걀 껍질이 깨졌을 것이다. 달걀프라이, 달걀찜, 프렌치 토스트, 오믈렛, 샌드위치, 삶은 달걀을 넣은 샐러드…. 수많은 메뉴들로 응용되며 닭이 될 뻔한 달걀은 인간을 위해 제 한 몸을 희생했다. 그런데 우리, 오늘 아침 식탁에 오른 한 알의 달걀이 어떤 ...
새책 ‘전복적 이성’ 외제880호 전복적 이성 워너 본펠드 지음, 서창현 옮김, 갈무리(02-325-1485) 펴냄, 2만4천원 2008년 폭발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정치세력은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복지국가로의 귀환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워너 본펠드(영국 요크대 정치학 교수)는 공정성, 정의...
그윽한 철길의 멋제880호 기차가 지나지 않는 철로에는 ‘칙칙폭폭’ 하며 노는 아이들이 있다. 카메라를 메고 한가로운 풍경을 찾는 출사족이다. 기찻길은 그것이 어딘들 아련한 기억 한 자락을 불러낸다. KTX가 서울과 부산을 2시간30분 만에 오가도 굳이 무궁화호에 몸을 싣는 이가 있듯, 팍팍한 생활은 느릿하고 여유로운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