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가방은 가벼웠다제882호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다. 언제부터인가 미리 짐 꾸리기를 포기했다. 출발 30분 이전에 가방을 챙기지 않는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여행은 훌쩍 떠나는 게 제격이다. 미리 궁리하며 짐을 꾸려봐야 짐만 는다. 짐은 언제나 짐이 된다. 빠뜨린 게 있으면 현지에서 해결하면 된다. 그곳에서 필요한 것은 그곳...
예술, 철공소 골목을 채색하다제882호 “맥주 한잔 하고 가세요.” 10월8일 토요일 밤, 오늘의 축제가 끝난 어둑한 서울 문래동 철공소 거리를 혼자서 되돌아가기는 어쩐지 쓸쓸했던 참이다. 오쿠다 마사시가 인사치레로 슬쩍 던진 그물에 넙죽 걸려드는 시늉을 했다. 철공소 거리엔 조촐하게 술판이 벌어졌다. 둥근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여섯 명의 사람...
한국영화의 희망을 보았다제882호 다국적 거대 영화들 사이에서 작은 영화들은 마이너리티도, 아웃사이더도 아니었다. 지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저예산 3D 입체영화 <물고기>, 초단기 제작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5천만원에 제작된 <로맨...
가카의 꼼수다?제882호총수가 잘렸다. 그가 쓴 책 <닥치고 정치>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가 출연하는 ‘뉴욕타임스’ ‘나는 꼼수다’ 등은 스마트폰 시대에 폭풍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 그가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퇴출됐다. 문화방송 노조는 10월14일 트위터에 “MBC 라디오, 윤도현, 김여진에 이어 ...
6-6-6-8-5-8-7-6-6, 김성근의 저주?제881호 프로야구 ‘가을의 전설’이 시작됐다. 전설은 ‘저주’를 동반한다. LG 트윈스는 올해도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벌써 9년째다. 그리고 ‘김성근의 저주’라는 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2001년 5월, LG는 9승1무25패로 부진하던 이광은 감독을 경질하고, 김성근 2군 ...
하얀보쌈거탑의 전신 마취제881호 퇴근을 앞둔 저녁 시간, 와잎이 전활했다. “약속 없지? 일찍 들어와, 할 얘기가 있어.” 싸늘했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왜 그러지? 지난주 회식 있다고 거짓말하고 친구놈이랑 술 마신 걸 알았나? 와잎 몰래 지르고 숨겨놓은 리영희 전집을 발견했나? 시기적으로는 작년부터 내용적으로는 ...
색감과 접시 배치의 미학제881호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과 음식을 맛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은 다르다. 크게 다르다. 갓 내린 케냐 AA에서 기막힌 향을 시각적으로 온전히 보여주는 하얀 훈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면 푸드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게다. 2년 넘게 사진기자 선배의 어깨 너머로 음식사진 찍는 것을 봤다....
‘2011 과천국제SF영상축제’ 외제881호진화하는 로봇의 비밀을 알려줄게 스티븐 스필버그 초기작 상영 2011 과천국제SF영상축제 애니메이션 <아톰> 속에 담긴 진화하는 로봇의 비밀을 KAIST 정재승 교수가 일러준다. <동경 매그니튜트 8.0>을 보면 지진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
“증거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니까”제881호 #1. 신혼부부가 약국을 열었다. 친절하고 약값도 싸 금세 입소문이 났다. 약국은 병원에서도 고치기 힘든 병을 가진 환자들까지 모여들 정도로 손님으로 붐볐다. 하루는 간경변증으로 오래 고생하던 45살 된 남자가 약국을 찾아와 자기 목숨은 이제 이 약국에 달렸으니 제발 병을 고쳐달라고 애원했다. 젊은 약사...
영원히 시를 포기하지 말기제881호 나는 내가 모르는 것은 전혀 모르지만, 아는 것은 조금 안다. 이를테면 당신이 한 번 포기한 적 있는 대상은, 절대로 포기 못할 대상이 다시는 될 수 없다는 것. 그것을 포기할 때, 절대로 포기 못하겠다는 그 마음까지 함께 포기한 것이므로. 그러므로 한 번 포기한 대상을 다시 포기하는 일은 처음보다 훨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