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말고 정책이 필요해제885호 2011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한 직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7차전까지 갈 경우 11월2일에 끝날 예정이었다. 시리즈 기간 중인 10월26일은 서울시장 선거일. KBO에선 한나라당 나경원, 야권 단일후보 박원순 캠프에 각각 오퍼를 냈다. 서울...
새 책 ‘나의 이스마엘’ 등제884호 나의 이스마엘 다니엘 퀸 지음, 박희원 옮김, 평사리(02-706-1970) 펴냄, 1만2천원 승자독식의 폭력은 어디서 비롯했을까. 12살 소녀 줄리와 성자 같은 풍모의 고릴라 이스마엘이 그 비밀의 열쇠를 찾아나선다. 이들에 따르면, 현대사회와 지구 생명체의 비극은 약 1만 년 전 비옥...
이 가족, 해도해도 너무하네제884호 어쩌다가 드라마에 ‘막장’이라는 단어가 붙게 되었을까. 아마도 형편이나 처지, 품성이 바닥을 보이는 사람에게 붙이는 ‘막장 인생’에서 연유했을 터이다. 그런데 뭔가의 마지막을 의미하는 단어는 막장이 아니라 ‘끝장’이다. 그러니 막장 드라마보다는 ‘끝장 드라마’가 옳은 표현일 것이다. 끝장나게 짜증나는,…
오 마이 멜로퀸제884호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수애가 맡은 역할이 시청자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방영된 멜로드라마 여주인공들 중에서 당신을 가장 슬프게 했던 멜로퀸은 누구입니까? A1 <여명의 눈동자>의 여옥(채시라).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순간...
스마트폰, 뒤를 돌아보다제884호 25년쯤 전, 대부분의 가정이 아직 유선전화기를 쓰고 있을 때였다. 부자 친구의 집에서 바텔의 무선전화기를 처음 봤던 기억이 난다. 선이 없어도 전화를 쓸 수 있다니, 충격이었다. 이후 삐삐나 휴대전화가 보급될 때조차 그때만큼의 쇼크는 없었다. 내 기억 속에서 무선 시대의 시작은 바로 그 무선전화기였다. 하지...
나의 은밀한 페티시제884호나는 패션에 도통 관심이 없다. 입고 다니는 옷들도 대부분 누군가 선물로 주었거나, 추레한 내 꼬라지를 보다 못한 여동생들이 하해와 같은 은총으로 적선해준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집에 스킨과 로션이 떨어지면 그냥 얼굴에 살짝 물만 끼얹고 밖에 나가기 일쑤다. 돈도 없지만, 치장하는 데 영 소질이 없다. 앞으...
태초에 칸이 있었다제884호 세상의 모든 만화는 칸 안에 존재한다. 낙서와 만화를 가르는, 크로키와 만화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칸이 있느냐 없느냐다. 만화 창세기를 쓴다면 ‘아마 태초에 칸이 있었다’쯤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만화가 아무 꼴을 갖추지 못하고 있을 때, 작가는 백지에 칸을 친다. 작가에 의해 칸과 여백이 갈라지면...
역사의 반동을 왜 막지 못했나제884호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거대한 낙조’를 드리우고 있다. 세계 금융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울려퍼진 ‘점령하라’ 시위는 그것의 엄연한 증좌다. 기실 징후는 2008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가을, 리먼브러더스를 비롯한 월스트리트의 초국적 금융 법인들이 잇따라 파산했다. ...
즐거움은 곧 보물제884호 얼마 전 끝없이 이어지는 어둠의 터널 같은 ‘소설 탈고’를 가까스로 마쳤다. “마감 즉시 집 밖에 뛰쳐나가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춤출 거야. 말리지도, 그런 날 창피해하지도 마!”라고 지인들에게 엄포를 늘어놓았지만, 막상 닥쳐보니 하늘을 날려버릴 것만 같던 그 기세는 땅콩처럼 쪼그라들었다. ‘그래그...
서른, 서른이라고요제884호얼마 전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수애가 그랬다. “선생님, 저 이제 서른이에요. 서른이라고요.” 이걸 본 서른 살의 내 친구들은 카카오톡에서 평소 고민의 조각들과 드라마에 대한 단편적 감상을 뒤섞어 말풍선을 엮어갔다. 이렇게. “수애가 서른이라고 자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