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 모임의 추억제874호 회사 도서실에 자료를 찾으러 갔다가 눈에 띄는 제목의 소설을 보았다. 러시아 소설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귀향>. 아니 이건 짝사랑하는 애의 이름을 여러 번 되뇌었던 젊은 날의 일기장보다 더 부끄러운, 내 생애 첫 소설의 제목이 아닌가. 찾으려던 책은 잊고 소설을 뽑아 읽기 시작했다...
연꽃을 닮은 내륙의 섬제874호 아침부터 매미는 부지런히 운다. 긴 세월을 숨죽여 짧은 세월을 살아내는 서러움이려나. 그러니 절절한 외침을 타박할 수도 없다. 짧은 세월을 숨죽여 긴 세월을 사는 사람이고 보면야. 도심을 벗어나니 조금은 너그럽다. 한적한 도로변으로 매미 소리가 우렁차다만 시골이라 소음도 고작 매미려니 한다. 분명 자연...
한국 프로야구는 ‘봉’이다?제874호 최근 한 국내 프로야구단은 시즌 중 방출한 한 외국인 선수와 소송 일보 전까지 갔다. 프로야구 선수 계약은 10개월 단위로 이뤄진다. 중도에 구단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방출)에도 연봉 전액 지급이 원칙이다. 반대로 선수가 계약 해지를 요구(임의탈퇴)한다면 잔여 연봉 지급 의무가 없다. 그런...
데굴데굴 치즈 굴러가유~제874호 나의 이상형 닥터 하우스(미드 <하우스>의 주인공. 한쪽 다리에 심각한 통증이 있어 진통제인 바이코딘에 중독돼 있는, 괴팍한 성격의 천재적 진단의학과 과장이다)에게는 꽤 터프한 취미가 몇 가지 있다. 시즌 7에서는 직접 몬스터 트럭을 몰기도 했지만, 백미는 ‘감자 멀리 쏘기 대회’ 출전이었다. ...
쾌도난담 세계사제874호 “만일 역사를 즐기지 않는다면 역사의 모든 효용들은 무의미해진다. 그것은 음악·미술·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분야들을 의무감 때문에 또는 교양을 높이기 위해 마지못해 공부한다면 우리는 그것들이 제공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의 이 말에서,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
개념 찬 멋쟁이의 완소 아이템제874호 장마도 지나고 태풍도 한 번 지나갔고,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어요. 더위는 타지 않지만 땀을 많이 흘리는 허약(!) 체질인 저에게 여름은 종종 곤혹스러운 계절이에요. 열심히 걸어서 버스에 올라타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주체할 수 없이 땀이 흐르거든요. 그럴 땐 좀 부끄러워요....
이 영화를 보면 흥분되는가제874호 “사람이 있다/ 사람은 산다/ 살아 있는 날만/ 그리고 대뇌와/ 성기 사이에/ 사람들 세상이 있다…” 황지우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에 실린 시 ‘이준태(…)의 근황’ 중 일부다. 이 시어를 받아 소설가 김연수는 “1991년 5월 이전까지만 해도 모두 대뇌의 언어로 말하던 사람...
너에게 원한 건 어려운 이론이 아냐제874호 “너에게 원한 건 어려운 고백은 아냐 날 사랑하는 것만큼 표현해주는 것 내가 느낄 수 있도록.” 1993년 4인조 남성그룹 ‘노이즈’가 <너에게 원한 건>이라는 노래를 들고 나왔다. 반응은 뜨거웠다. 누구나 1절만 들으면 2절부터는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쉬운 멜로디와 부담 ...
빌리티스의 딸들에게 자유를제874호 2008년 6월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장 집무실에서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레즈비언 커플 필리스 라이언과 델 마틴 커플의 결혼식이었다. 85살을 넘긴 이들은 2008년 5월부터 동성 간 결혼이 허용된 캘리포니아주에서 결혼식을 올린 ‘동성 커플 1호’로 기록됐다. 둘의 인연은 5...
마당을 나온 애니, 소중한 꿈을 꾸다제874호 <라이온 킹>에서 아버지 사자 무파사는 아들 심바에게 속삭였다. “네가 누구인지 기억하렴. 넌 나의 아들이란다. 그리고 진정한 왕이란다.” 그러나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청둥오리 알을 품어 자기 새끼처럼 보호하고 키운 잎싹은 청둥오리 초록이에게 소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