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제공
계몽적 내용에 웰메이드는 아니지만 제작진은 이 드라마에 대해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남들보다 조금은 힘든 그들의 삶과 사랑, 사실 그들도 우리와 다를 게 없는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여성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만으로도 제작진의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드라마 자체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드라마평론가 조민준씨는 이 드라마에 대해 “계몽 성격이 강했다”고 평했다. 드라마는 “동성애는 신이 허락하고 인간이 금지한 사랑이다”와 같은 대사를 통해 교과서적인 내용을 반복한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는 제작진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조민준씨는 “동성애 역시 삶의 방식 중 하나라는 걸 보여주기보다 동성애에 대해 설명하고 가르치려 했던 점은 아쉽지만,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여전히 편견과 싸우는 과정을 보여주는 계몽이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계몽이 한참 부족한가 보다. 동성애에 대한 일부 시청자의 차별적 시선이 여전히 날카로웠다. <드라마 스페셜>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은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 방영 전부터 방송 금지를 요청하는 글로 들끓었고, 방송 이후에는 이를 비난하는 글로 북새통을 이뤘다. <인생은 아름다워> 방영 당시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 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는 내용의 신문 광고를 낸 참교육어머니전국모임·바른성문화를위한전국연합 등의 단체는 SBS 항의 방문을 강행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경우 김수현 작가는 이 단체들의 광고에 “웃음도 안 나온다”고 잘라 말했지만, 방송사는 이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드라마 후반부에서 남자 주인공의 언약식 장면을 잘라냈다. 이에 대해 김수현 작가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사를 향해 화가 났다”며 “차별 금지를 위해 뭔가 해야 할 방송이 무서워서 벌벌 떨고”라고 말했다. 한국방송도 다르지 않았다. 방영 전에는 이 드라마가 여성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라는 점을 홍보하던 방송사는 ‘공영방송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 8월7일 이 드라마의 홈페이지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김수현 작가의 말을 빌리면, 차별 금지를 위해 나서야 할 공영방송이 일부 시청자의 반응에 무서워 공들여 만든 방송의 생명을 알아서 끊은 꼴이다. 한국방송 쪽은 “19살 이상 시청이 가능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청소년을 고려해 다시보기 서비스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소수자 혐오에 맞서는 책임의식 가져야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는 8월11일 ‘다시보기 서비스 즉각 재개’를 주장하는 논평을 내고 “방송사 스스로 호모포비아를 되돌아보고 즉각 드라마 다시보기를 재개하길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성정치위원회는 “공영방송으로서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가진 시청자 의견이 있다고 해도 제대로 된 방송을 통해서 답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외압에 맞서 공정한 방송을 만들어나갈 책임이 있는 것과 같이 동성애에 대한 편견에도 그렇게 해야 할 당위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별 앞에 스스로 무릎을 꿇은 공영방송사가 과연 공영방송사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되물어야 할 때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