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에미나이들! 영화 좀 보게 조용히 하라우제966호처음엔 재밌었다. 매우 용의주도하게 콧물 자국을 완성한 ‘동구’가 하루 3번 어이없이 넘어지고, 인정사정없이 계단을 구르고, 동네 꼬마들이 던진 돌에 맞고 맥없이 픽 쓰러질 때. “오, 해품달 임금님 김수현! 바보 연기가 제법 리얼한데!” 솔직히 6살 지능의 딸 바보 ‘용구’보다 보기가 훨씬 편했다. 바보...
당신의 하루살이 역사로 만들어드립니다제964호“5월12일, 뭐했는지 기억나?” 먼 훗날이 지나고는 아니고, 5월의 마지막 날 저녁을 먹다가 물었다. 뒹굴뒹굴하다 토요일 새벽에 잠들어 들국화 노래처럼 <오후만 있던 일요일>도 아니고 ‘저녁만 일요일’을 보낸 지 어언 몇 달. 그날이 그날인 일요일, 뭘 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
키보드워리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제966호전국이 촛불시위의 흥분으로 들썩이던 2008년, 저녁이면 그 흥분에 밤거리를 싸돌 아다니고 낮에는 꾸벅꾸벅 졸며 지냈다. 당 연히 일이 밀렸고, 현충일 사무실에 나와 밀 린 일을 처리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조· 중·동 불매운동 카페 운영진이 검찰에서 조 사를 받고 있으니 접견을 가달라는 것이었 다....
잊는 건 있음의 가장 강력한 증거제964호시인에 대한 소박한 정의의 하나는 ‘언어에 예민한 사람’일 것이다. 그들의 언어가 지나치게 무겁거나 혹은 가벼워 보일 때조차 그것은, 언어의 가능성과 한계의 끝 간 데서 탄생한 언어다. 젊은 시인 오은에게도 언어에 대한 자의식은 시쓰기의 주요한 동력이 된다. 그의 시는 어떤 느낌을 붙들거나 혹은 붙들지 못하는 …
군대, 이거 남의 일이 아니구나제964호2013년의 TV가 국방색으로 물들고 있다. 연초에 “제설~ 제설~” 하며 공군에서 자체 제작한 패러디 동영상 ‘레 밀리터리블’이 웃음을 터뜨릴 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올해 tvN <롤러코스터>에서 독립한 군대 시트콤 <푸른 거탑>은 딴살림을 차린 뒤에도 ...
도대체 님은 누구시길래제964호“저 주간님, 오늘 오신 분 중에 장회익이라는 이름이 있는데요.” “뭐? 정말 선생님이?” 편집자는 책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책이라는 것과 관련된 건 다 하는 사람이다. 노가다도, 술상무도…. 그중에 낭독회, 북콘서트, 저자 강연 등과 같은 일도 한몫을 차지한다. 내가 처음 진행하던...
나쁜 정치가 불평등 낳는다제964호“불평등은 정치 시스템 실패의 원인이자 결과다. 불평 등은 경제 시스템의 불안정을 낳고, 이 불안정은 다시 불 평등을 심화시킨다. 우리는 이러한 악순환의 소용돌이 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불평등 대부분은 정부 정책 결과 불평등한 세상에서 불공평하게 태어난 우리에게 ‘불평 등’이라는 단어는 별다른 공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인간제964호언론사에 갓 들어온 수습기자들은 예외 없이 놀라운 존재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지적 능력이 급격히 추락하는 것이다. 기사랍시고 ‘숨진 아무개씨에 따르면, 흉기에 찔려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곧 숨졌다고 한다’ 같은 초자연적인 문장을 버젓이 써놓는가 하면, 그러고도 무엇이 잘못됐는지조차 모른다. 처음부터 그런 …
결초보은 좋아하시네제964호서울에 살다 시골로 와서 가장 행복한 때를 말하라면 나는 주저 없이 퇴근 뒤의 30분을 꼽으련다. 차단기고 주차요원이고 뭐고 하나 없는 주차장에 나 홀로 차를 대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텃밭에서 잡초를 솎아내다보면 무념무상이 따로 없다. 4년 전 5월23일 아침 부엉이바위로 가기 전 문 ...
나에게 남은 요만큼의 인내심제964호MSX라고 있었다. 1980년대 중·후반을 풍미한 8비트 퍼스널 컴퓨터 규격을 이르는 말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얼라들이 가지고 노는 말 하는 뽀로로 전화기도 8비트는 넘을 것이다. 어쨌든, 그때는 대단했 다. MSX 규격을 적용한 컴퓨터들이 출시됐는데, 우리 집에는 대우 아이큐 1000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