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이 흘렀다고 범인은 참회했을까제962호영화 <몽타주>는 팽팽한 긴장과 반전이 살아 있는 스릴러다. <오로라 공주>의 엄정화와 <살인의 추억>의 김상경이 아이를 잃은 엄마와 범인을 놓친 형사로 만나 호연을 펼치는 가운데, 영화는 반전을 통해 법과 도덕의 문제를 반문한다. 시간적 착시를 이용...
당신에게 꼭 어울리는 이름은 없어요제962호자신의 등기된 이름을 들여다볼 때가 있다. 주민등록증이나 여권을 다시 만들었을 때, 혹은 오래된 학창 시절의 성적표 따위를 들여다볼 때, 거기 등재된 이름이 기이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이름은 ‘나’라는 사람의 공적인 기호이지만, 그 이름은 ‘내’가 통과한 시간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이름은 …
예찬하라, 예초기 잊지 말자, 안면보호대제962호이태 전 우리 곁을 떠난 작가 박완서의 이야기다. 부득이하게 서양식 파티에 참석하고 귀가 뒤에는 된장국에 있는 시래기를 손가락으로 건져 먹어야 오장육부가 제자리를 잡는 느낌이 들었단다. 도시 살다 시골로 오면 아무래도 이것저것 어수선해지기 쉽다. 내 경험상 갈퀴와 예초기는 시골생활 정리의 끝판왕이다. 박완...
좋은 부모의 강박을 버려라제962호“아이를 키운다는 건 자기 자신을 키우는 일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말을 곱씹어보지만, 제멋대로 생 떼를 부리는 아이 앞에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견줘 너른 이해와 인내를 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릴 때 진정 필요한 건 즐기는 법 ‘부모 되기의 어려움’은 비단 부모 개개인의 성정 ...
출판사 사장님들께 드리는 말씀제962호‘만화책’이 내 인생을 바꿨다. 국내에는 <내 마음속의 자전거>라고 번역된 일본 만화. 처음 이 만화책을 읽게 된 계기는 새로 바꾼 자전거 때문이었다. 어쩌다 생각지도 않은 목돈이 생겼는데, 그참에 자전거를 바꿨다. 새것은 아니고 캐논데일 브랜드의 ‘배드보이’란 중고 모델. 그런 물건을 ...
박태균 ‘사건으로 읽는 대한민국’ 외제962호사건으로 읽는 대한민국 박태균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1만6천원 한국현대사의 사건을 월별로 정리한 책. 다시 말해 일반적인 역사서술 방식인 시대순 사건 나열이 아니라,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한국현대사에서 주목할 만한 4~5개 사건을 선정하고 이를 설명해가는 방식이다. 달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진가 노순택의 '사진의 털' 외제962호‘문제작’들을 보러오세요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독립해 치르는 ‘서울인권영화제’ 제18회 서울인권영화제가 올해도 거리에 선다. 5월23~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총 26편 의 영화를 들고 “여러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의 현장으로,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사 람들의 삶 속으로” 사람들을 초대한다. 올해는 서울...
한낮 냉면대첩과 한밤 난장캠핑 제962호“누군 마누라 개팔아먹고 누군 마누라 요리해주고 아이고 내 팔자야 ~.” 959호에 실린 송호균 기자의 칼럼 ‘옆구리 쿡쿡’을 본 와잎이 이 렇게 말했다. 내 팔자가 더 사나운 거 모르니? 니가 술 끊으면 나 요 리학원 등록한다! 와잎은 해외출장을 가는 아내를 위해 직접 수육 을 만들어준 남편의 갸륵한 정성에 감복한 ...
소외되지 않은 노동의 결정체 제962호유리병을 준비한다. 맥주병은 조금 크지만 소주병이 없다면 대용으 로 괜찮다. 날라리 대학이라 외제 맥주병이 많이 나오냐고 했다. 그 럼 니들은 깨지지도 않는 막걸리통으로 만들든가. 어쨌든 밀러 맥주 병이 잘 깨지고 좋았다. 역시 미제였다. 두루마리 휴지의 종이심을 뺀 다. 역시 휴지는 우리 집 화장지 ...
백인도 유색인도 공 앞에선 평등하다제962호안토니오 네그리는 <제국>에서 지리적으로나 시장으로나 더 이상 ‘외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본은 초국적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이에 따라 저항 세력 또한 탈근대적인 양상을 보인다고 썼다. 탈영토·재영토, 즉 탈주의 드라마가 그것이다. 다중의 탈주는 권력의 장소를 버리고 지배의 영역을 이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