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하고 교활했으나 위대한제962호세월의 ‘격’이라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어 보이는 어떤 존재의 위엄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두려움 같은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시간이 태생적으로 소멸과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간의 테가 우연보다 집념에 더 많이 좌우되는 이유기도 하다. 지난 5월8...
인생은 미생이더라제962호 ‘내게 허락된 불빛이…. 그런 게 있을까, 내게.’ 2012년 초, 고졸 출신 20대 청년 장그래는 서울의 빌딩숲 야경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읊조렸다. 국내 굴지의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 낙하산 인턴으로 출근하기 전날 밤이었다. 바둑 신동이던 그는 11살 때부터 7년간 한국기원 ...
얘들아, 섹스 쫌 이야기하자제961호그들을 만나기 전에 떠오른 산울림 노래가 있다. “내가 고백을 하면 아마 놀랄 거야~ 깜짝 놀랄 거야~.” 그렇게 놀라지 않을까. 무려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이라니 말이다. 줄여서 ‘대리인’이라고 부르는 모임의 10대들을 두 번 만났다. 지난 5월7일 서울 종로에서 쥬리(18)·윤희(18)·이응(1...
“A의 애인은 남성 비청소년, 나의 X는 여성청소년”제961호기자는 “충격적”이라고 하지 못해 “새롭다”고 에둘러 말했고, 그들은 “새롭게 보일 수는 있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들의 일상이란 것이다.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대리인)은 지난 4월부터 ‘나는 처녀가 아니다- 청소년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발칙한 페이스 선언’ 운동을 벌였다. 5월8일까지 2…
tvN ‘우와한 녀’ 베스트 존재감제961호든든한 콩가루가 함께하나니 손석희의 신뢰감, 장동건의 인지도, 유재석의 호감도를 한 몸에 갖췄다. 그러나 실상은 거만하고 쌀쌀맞기 짝이 없는 남자, <우와한 녀>의 국민 앵커 공정한(박성웅)에게는 비밀이 있다. 첫째, 유명 배우인 아내 조아라(오현경)와 10년 넘게 섹스리스 부부로 ...
아들이 엮은 아버지 시대의 역사제961호한 아버지가 있었다. 신문 스크랩을 하고 그 옆에 글을 쓰는 것이 소시민인 아비의 취미였다. 1959년 스물넷 청 춘에 시작한 스크랩은 34년간 이어져 쉰일곱인 1992년 에 끝이 났다. 25권 분량이었다. ‘묘비’라는 제목의 스크 랩북엔 4·19 혁명에서 황영조의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
단단한 마음 만드는 기회비용제961호백수 시절 부산 고향집에서 낮잠을 자는데, 어머니가 전화 왔다며 툭툭 깨우셨다. “야야, 김보경 선생님 찾는다. 근데 믄 선생이냐? 니 엄마 몰래 학원 알바하나?” 그때 전화주신 분이 당시 삼인출판사 <당대비평>의 문부식 주간님이셨다. 그때만 해도 나 20대. 하늘 같은 출판사 ...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 외제961호어제까지의 세계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 2만9천원 퓰리처상을 받은 <총, 균, 쇠>에서는 인류 역사의 탄생과 진화를, <문명의 붕괴>에서는 문명의 위기와 종말을 다뤘던 저자가 남태평양의 뉴기니섬에서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까지 전세계 곳곳을 누비...
탁기형과 전영관의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 외제961호여성들의 우정과 해방을 위해 메가박스 신촌서 열리는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5월24~30일 메가박스 신촌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올란도> 로 유명한 샐리 포터 감독의 <진저 앤 로사>로 1960년대 두 소녀의 우정과 정치...
걷어내고 잘라야 할 욕심 제961호“아, 아프겠다….” 잘 알고 있는데도 봄철 심하게 가지치기된 가로수 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불쑥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가지치기는 식물의 일부 가지나 잎눈, 꽃눈을 잘라주는 것으로 그 방법과 시기 는 나무의 종류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그렇다면 식물 자체를 자연 상태 그대로 두지 않고 인간이 굳이 가지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