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집이다!”제959호영혼이 쉴 만한 소울시티는 내게도 그렇고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그렇고, 단연 미국 중서부 지방 일리노이주 남단의 작은 도시 카본데일이다. 서던일리노이대학 박사과정에 지원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된 이 생소한 도시에 독자분들이 한번 가본다면, 미국의 웬만한 고장들에는 ‘시골’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해질 것이다.…
‘길티플레저’ 알랑가 몰라제958호“당신이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있다.” 1825년 <미식예찬>을 써서 미식문화의 원류가 된 프랑스인 브리야사바랭은 그렇게 말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렇게 빗대 말할 수 있겠다. “당신이 오늘 무엇을 보았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몸에 붙은 팔과 다리 그다음제958호어설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십수 년을 한곳에 코 박고 살다보면, 나름 이것저것에 대해 감이 잡힌다. 일하다가 제 몸 생각해 일 욕심을 거둬야 할 때를 깨닫는 지혜도 그중 하나다. 공부하고 가르쳐서 밥벌이하는 직업을 가진 나는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몸이 얼마나 정직한지 잘 몰랐다. 경험해보니, 일을 하면 몸이...
‘인간의 조건’에서 발견한 인간의 조건제958호다른 인간들과 관계맺음 “아이고 속 탄다.” <인간의 조건>이 정규 편성되면서 나는 답답증에 걸렸다. 일단 파일럿 때의 긴장감이 둔해졌다. ‘휴대전화 없이 살기’ 미션에선 마치 내 손발을 잘라내는 듯한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 없이 살기’라니. 그건 나를 비롯한 많은...
싸이의 [젠틀맨]과‘젠틀맨’ 싸이제958호한 가수의 신곡 발표에 이 정도의 눈과 귀가 쏠린 게 언제였을까? ‘전 국민적’이라는 표현을 쓴다면 과장일지 몰라도 싸이의 신곡 <젠틀맨>의 발표 전후에 쏟아졌던 관심은 현재 한국에서 대중음악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고려할 때 확실히 이례적이다. 개인적으로 당장 생각났던 비근한 예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시콜콜 동네 이야기 지도를 아시나요제958호“손님 도착했는데요.” 택시를 타고 서울 한복판을 향해 달렸다. 스마트폰을 향해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드니 키 낮은 집들이 촘촘히 들어선 골목 가운데 도착해 있었다. 큰 도로와 건물 뒤로 물러선 골목 안에 옛 도시의 정취가 고스란히 고여 있는 동네가 있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 오래된 한복집과 칼국숫집, 점집이 ...
불현듯 마감되리라는 차디찬 예감제958호어떤 여행은 계속 미뤄지고, 어떤 여행은 다음 장면을 알 수 없으며, 어떤 여행은 그 끝을 짐작할 수 없다. 여행은 완결되지 않는 동경이고, 그 대상을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이다. 현대의 여행은 영웅의 모험도 아니고 낙원의 탐색도 아닐 것이다. 살아 있는 한 여행자는 언젠가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
주류경제학은 죽었다제958호 “주류경제학은 300년 동안 우리를 속여왔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고,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다.”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 원장과 이수연 새사연 연구원이 함께 펴낸 <협동의 경제학>(레디앙 펴냄)은, 애덤 스미스 이후 교의가 돼버린 주류경제학의 기본 전제에 대한...
‘훔쳐서라도’ 갖고 싶은 제목제958호본부장님: 그래, 선생님은 책 제목을 뭐로 하자시나? 나: 별 말씀이 없으십니다(일부러 안 여쭤봤다). 본부장님: 음, 그럼 제목 후보는 뭐가 있나? 나: 생각하시는 게 있으십니까?(후보들을 안 뽑았다는 이야기다) 본부장님: 글쎄, 보경은 뭐로 했으면 좋겠나? 나: 청춘의 독서, 어떠신지요? ...
민주노총 법률원·오준호의 ‘노동자의 변호사들’ 외제958호노동자의 변호사들 민주노총 법률원·오준호 지음, 최규석 만화, 미지북스 펴냄, 1만5천원 쌍용차, 재능교육, 홍익대 청소노동자, 삼성반도체 등 지난 10여 년간 대표적인 노동사건들을 통해 한국 사회의 노동현실을 새롭게 진단하는 책. 노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함께 판례와 법조항을 자유자재로 인용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