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거라, 내 것 아닌 잉어들아제956호갈길을 찾아 국자 위에서 버둥거리는 물방개를 본 일이 있는가. 좋은 경품 놔두고 ‘꽝’만을 찾아다니는 쇠대야 안의 물방개. 나는 꽝이 아 니라 잉어를 타고 싶다. 그랬다. 국민학교에 다닐 때 학교 앞에는 이런저런 유혹이 많았다. 특히 물방개의 유혹은 강렬했다. 이름도 즐겁지 않은가. 물·방·개. 묵직한 ...
‘뻬빠형제’의 동안 피부 비결제956호(954호에서 계속) 남근육봉(어감상 남궁으로 부르겠다)의 젤 사랑은 여전해 보였다. 캠핑장 오는 그날에도 제수씨와 아이들이 다 준비를 마쳤는데 혼자 화장실에서 20분이나 머리를 만졌단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머리에 젤을 바르고 있을 녀석. 첫아이를 낳던 날 새벽, 예정일보다 먼저 ...
모두를 가진 우린 얼마나 행복한가 제956호이번 시즌 한국 프로축구엔 볼거리가 많다. 인민 루니가 한국에서 뛰고, 악동 이천수가 돌아왔다. 3월 말에는 차두리(사진)까지 어쩌 면 자신의 현역 마지막 무대가 될지 모를 곳으로 K리그 클래식을 택했다. 동료 기자와 “세상에, 정대세ㆍ이천수ㆍ차두리가 한 시즌에 함께 뛰는 모습을, 그것도 K리그에서...
야구선수의 직업윤리제956호LA 다저스 류현진(26)은 자기 팀 감독의 별명이 뭔지 몰랐던 게 틀림없다. 류현진은 4월3일(한국시각)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지역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몸값 6천만달러가 넘는 대형 루키의 피칭은 미국 언론에서도 가볍게 다루지 않을 경기였다. 이 경기...
내 다리 잘라주세요제955호남자는 휠체어에 실려 들어왔다. 상처 입은 짐승처럼 털을 곤두세운 채 잔뜩 움츠리고서. 허연 얼굴, 검은 두 눈동자는 초점 없이 허공을 사납게 응시하고 있었다.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으르렁거릴 듯하다. 그리고 냄새! 살이 곪아서 썩어 들어갈 때의 그 전형적인 비리고 역한 냄새가 순식간에 진료실 안을 빈틈...
여성의 생애가 지닌 서사의 힘제955호“형님 형님 사촌 형님 시집살이 어떱디까/ 이애 이애 그 말 마라 시집살이 개집살이/ 앞밭에는 당추 심고 뒷밭에는 고추 심어/ 고추 당추 맵다 해도 시집살이 더 맵더라.” 시집살이의 고단함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이 민요는 경북 경산 지방 부녀자들에게 구전되는 <시집살이 노래&...
정중동론제955호오 선생(오르가슴)을 편의상 이원론으로 해체하면, 몸 선생과 마음 선생으로 나뉜다. 먼저 몸 선생 편. 오래전 비뇨기과 의사와 대화를 나누다 속 터질 뻔한 적이 있다. 남자의 오 선생은 사정으로 완성된다, 가 아니라 남자는 사정하면 죄다 오 선생을 만났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동의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민규동 진심 혹은 대담제955호민규동 감독의 <끝과 시작>은 460만 관객을 동원한 전작 <내 아내의 모든 것>과 사뭇 다른 영화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이 적당한 유머와 적절한 긴장을 타고 흐르다 예상 가능한 결말로 치달았다면, <끝과 시작>은 격렬한 신음 소리...
나는 내가 제일 무섭다제955호“택시도 버스도 무섭지만… 나는 내가 제일 무섭다. 엉엉.” 어느 자동차보험 CF를 볼 때마다,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가 그 여성 운전자의 눈물을 닦아주고픈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아아, 저도 제가 제일 무서워요. 책 만드는 일에도 ‘사고’는 있다. 지난주에 두 권의 책에 똑같은 실수가 있었다. 담당 편집...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소로의 자연사 에세이’ 외제955호소로의 자연사 에세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김원중 옮김, 아카넷 펴냄, 2만3천원 <월든>의 저자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소로의 자연주의자 면모가 확연히 드러나는 책.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치중하는 생태학자·자연애호가로서 저자의 모습이 잘 드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