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두렵지 않다, 텃밭이 있으니까제954호4월 되어 집 뒤 장독대 근처에 심은 높다란 홍매와 벚꽃이 피고 지면 장관이다.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라고 조지훈의 시 한 소절을 은근히 자랑 삼아 전자우편으로 김세걸 박사에게 보내니 두보 시 한 구절로 답이 왔다. “한 점 꽃잎에도 봄이 가는데, 만 점 꽃잎이 바람에 지누나.” 이런 봄은 황홀하지만 ...
꿈으로 오는 가정법의 시간제954호봄의 시제는 가정법이다. 봄은 언제나 ‘봄이 오면’이라는 시간대로부터 다가온다. 미래에 대한 가정과 기대 속에서 봄은 만질 수 없는 꿈처럼 오는 것이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김동환)와 같은 옛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윤동주)과 같은 익숙한 청춘의 시를 떠올리게 될 때도,...
‘갑’ 없이 ‘을’이 된 청춘제954호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청춘은 없었다. 지난 3월21일부터 열린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상영되는 두 개의 다큐멘터리를 들여다보니, 청춘은 취업을 위한 불편한 유예의 시기로 대체돼 있었다. <울면서 달리기>와 <청춘유예>는 불안한 취업 전선에 선 다른 두 청년의 모습을 담았다. ...
인종적 단일함과 비례대표제의 힘제954호국세청이 발간한 ‘2010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연소득이 12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근로소득자, 즉 한 달에 100만원을 벌지 못하는 사람이 540만 명에 달한다. 이 암담한 수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문에 증폭된 면이 있지만, 그 다음해, 또 그 다음해에도 형편이 조금 나아졌을 뿐 크게...
‘행동하는 사상가’의 거대한 생애 제954호“진리란 참 묘한 것이다. 자유를 구속하는 자들이 민 중의 자유를 빼앗으려고 감옥을 짓지만, 자유는 감옥에 서 알을 까 가지고 나오는 것을 어찌하나? 그러므로 진 리는 막강하다. 압박하는 자는 그것을 알면서도 할 수 없이 감옥을 넓히고 높일 것이다. 그러나 감옥이 넓어지 고 높아질수록 자유의 길은 열리는 것을 어…
이제는 사라진 저렴한 매수 제954호혹시 ‘김남일 어디 갔어’라며, 시대를 걱정하는 눈 밝은 독자가 있으 실까봐 한 말씀 올린다. 김남일은 <한겨레21>을 떠나 <한겨레>로 자 리를 옮겼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디 멀리 가지 않았습니다. 김 남일은 언제나 여러분 마음속에 있으니까요(저에게 언론중재를 걸 ...
술빠따가 불러온 속죄의 임사체험제954호쭈구리는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씩씩거렸다. 아내와 다투고 집을 뛰쳐나왔다며 술도 못 먹는 녀석이 맥주 한 캔을 원샷 때렸다. 어쭈 구리? 녀석은 “집안일은 마누라가 좀 해야 되는 거 아니냐. 남자가 사 회생활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지 않느냐”고 따져물었다. 의사 부 부인 녀석이 가사 분담 문제로 아내와 다퉜...
올 시즌 프로야구 1위는 기아? 아님 말고제954호야구는 경기마다 숫자들을 남긴다. ‘기록의 스포츠’라는 이름이 붙고 ‘데이터 야구’가 가능한 이유다. 통계학이 야구에 흥미를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숫자들의 성채인 야구는 예측을 허용할까. 미국 메이저리그의 ‘소수자’인 너클볼 투수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너클볼>(2012)에는 ...
쾌활한 국민생활 애국가는 실례다제954호긴 겨울 지나고, 새봄이다. 지난주, 잠시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긴 했으나 그래도 봄이다. 봄이면 나들이를 나선다. 영화 구경도 재밌고 동네 공원을 한 바퀴 돌아도 마음이 청신해진다. 그런데 꼬마들 앞세우고 그렇게 산들바람 따라 나섰을 때, 특정한 지점에서 ‘국민의례’를 해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를테면 관악...
영화평론가 이용철·황진미·허지웅 좌담회 전문제953호 이용철·황진미·허지웅 3명의 영화평론가가 함께 한 좌담회 전문입니다. 지면에서는 미처 다 담지 못했던 9시간을 넘긴 평론가들의 긴 이야기를 전합니다._편집자 영화 은 특히나 평단의 평가와 관객의 반응 사이의 간극이 크게 느껴졌다. 최근 평단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던 영화들이 크게 흥행하는 현상에 대해...